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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문화유산 보전 목적' 부동산 취득·재산세 면제 추진

시민주도 단체도 稅혜택 포함

앞으로 시민들이 자연이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취득한 부동산도 취득세와 재산세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그 동안은 정부가 보유 주체인 부동산에만 혜택이 주어졌다.

19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국민신탁단체가 보전 목적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보유할 경우 취득세 및 재산세 면제를 오는 2027년까지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신탁단체는 문화유산이나 자연환경을 보호·관리하기 위해 시민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국가가 심사한 뒤 지정한다. 지난 2022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한국NT)가 국민신탁법 제정 이후 16년 만에 '1호 국민신탁단체'로 지정됐다.

반면 국민신탁법인은 같은 활동을 하지만, 정부가 설립한 법정 신탁기관을 일컫는다. 문화재청 산하 '문화유산국민신탁'과 환경부 산하 '자연환경국민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재 법률은 신탁단체가 부동산을 취득해도 신탁법인과 달리, 취득세·재산세 면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다. 부동산 처분도 불가능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 기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광희 의원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이 정부 부처 산하 국민신탁법인에만 집중되면 국민신탁운동이 활성화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보전 단체로서 책무는 다하면서도 법인보다 불리한 처우를 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세제 혜택에 차이가 나면서 공익적 기부도 걸림돌에 걸렸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 근처 임야는 원래 개인 땅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돼 거래가 사실상 막혀 있다. 땅 주인 이모씨는 2022년에 사망했고, 아직 상속 절차는 끝나지 않았으나 유가족은 이 땅 전체를 한국NT에 기증해 자연 상태로 보존되길 원하고 있다.

한국NT는 상속 절차 없이 바로 기증받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땅은 공시지가 기준 약 16억원이고, 기증을 받아도 약 6400만원의 세금과 주택채권 매입 비용 약 598만원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공익을 위한 무상 기증이어도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똑같이 공익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주체임에도 동일 활동에 대해 법인과 법인 아닌 신탁단체 간의 처우가 달라 이를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향후 기후위기와 지역개발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시민이 앞장서 문화유산과 환경자산을 보전하는 구조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법안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익성을 고려한 세제혜택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