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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美의 이란 폭격은 재앙적 결과 가져올 것" [트럼프, 중동전 개입]

中외교 "美, 국제법 위반" 규탄
이란 무기 덕에 한숨 돌린 푸틴
"IAEA도 핵개발 징후 못찾아"
이스라엘 선제 공격 놓고도 공방
"국가존립 도전 맞서 스스로 방어"
"정당화될 만큼 급박했는지 의문"

유엔 사무총장 "美의 이란 폭격은 재앙적 결과 가져올 것" [트럼프, 중동전 개입]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한 여성이 21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손을 떼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군사력으로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직접 기습 타격한 것과 관련, 세계 각국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유엔은 우려를 표하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 "이미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에서의 위험한 확전이며, 국제 평화 및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이와 관련 성명을 내고 "미국이 이란에 대해 무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이 분쟁이 급속히 통제 불능 상태로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민간인은 물론 해당 지역과 나아가 전 세계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원국들이 긴장을 완화하고 유엔헌장과 기타 국제법 규범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란 핵 시설들에 대한 공격을 불법 행동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관리 아래 있는 핵 시설을 공격한 것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미국의 이 행동은 유엔 헌장의 취지·원칙 및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고, 중동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충돌 당사국, 특히 이스라엘이 조속히 휴전하고 민간인 안전을 보장하며 대화·협상을 개시하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국제 사회와 함께 힘을 모으고 정의를 주장하며 중동 지역의 평화·안정 회복을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중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 영문매체 차이나데일리도 이날 긴급 논평에서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의 이란 핵 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일방적 군사 공격은 무모한 긴장 고조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이 매체는 "이런 일방주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약화하고, '힘이 곧 정의'라는 위험한 선례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공격은 상황을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을 뿐"이며 "추가 분쟁은 평화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핵심 해상 운송로를 방해함으로써 취약한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이란의 무기 공급 덕분에 한숨 돌렸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앞서 21일 인터뷰에서 이란을 옹호했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거듭 선언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핵무기 개발을 암시하는 증거, 징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응징과 관련 서방 국가들은 대체로 이스라엘의 공격이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란의 핵개발 능력이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정당화할 만큼 급박한 안보 위협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없지는 않다.

앞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번 공습을 두고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독일 정가에서는 메르츠 총리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소지를 스스로 시사하면서 공습을 정당화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국제법 위반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옹호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1일 일간 노이에오스나브뤼커차이퉁(NOZ)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국가의 존립이 하마스나 이란에 의해 도전받는다면 이는 국제법상 그렇게 간단히 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쪽이 이스라엘 국가를 없애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면 이스라엘도 그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자국을 위협한 적 없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부터 비핵화를 요구하며 이란을 공격했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개입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21일 연설에서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완전한 협력 하에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했다"라며 "작전이 완료된 직후 트럼프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나를 포함한 이스라엘 국민 모두가 감사드린다"라며 "오늘 밤 트럼프와 미국은 큰 힘을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