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체류 글로벌 인재 심층 분석
인건비 싼 외국인 늘리는건 기업 글로벌화 아냐
언어·소통방식·문화를 이해하는 열린마음 중요
우수인재 영입 위한 안정적 주거 지원정책 필요
한국생활 중 가장 큰 장벽은 '언어·집값·자녀교육'
'말 안해도 눈치껏 알아야 하는' 소통 방식에 당황
학교시스템 적응 힘들어… 외국인 공립학교 필요
한국기업 회식·잔업 많다?… "성실히 일한 만큼 대우해 줘"
SNS·현직자 찾아 정보 들어야 기업문화·소통에 어려움 없어
한국어 빨리 익히면 쉽게 적응
법무부가 집계한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지난해 265만78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121만7211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인구 100명 중 5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수출·인재 강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외국인들이 이바지하는 바는 적지 않다. 국내 기업들과 대학들 역시 외국인들을 중요 구성원으로 인식해,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기업,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시각으로 본 우리나라 기업·사회·문화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외국인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화 노력에 대해 피부로 와닿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저렴한 인건비를 위한 외국인 채용 확대를 '글로벌화 노력'이라고 부른다는 비판도 나왔다. 단순히 언어뿐 아니라 근본적 소통방식에 대한 고민과 기업문화, 더 나아가 인재유입을 위한 사회적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갈 길 먼 한국기업 글로벌화
─한국의 기업들이 지향하는 글로벌화 노력을 실제로 체감하나. 더 필요한 부분은.
▲주마보에브 세로즈백(우즈베키스탄·한국앤컴퍼니 재직)=한국 기업들이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느껴진다. 다국적 협업이나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실력 있는 외국인 엔지니어들이 있어도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봤다.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조직 내 의사소통 방식이나 문화도 더 유연하게 열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색(캐나다·프리랜서)=실제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특히 영어를 과하게 사용한다고 느껴지는데,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들도 존중해야 한다고 느껴졌다.
▲이만 모하다미 아마니(이란·고려대학교 연구원)=한국의 연구 및 산업 경쟁력은 인상적이지만,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더 포용적이고 투명하며 친화적인 사회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비자 절차 간소화, 영어서비스 확대, 그리고 직장 내외에서의 다문화공동체 구축이 포함된다. 장기적인 인재는 존중받고, 통합되며,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는 곳에만 머물 것이라 생각한다.
▲팜튀킨화(베트남·서울시 재직)=내·외국인이 모두 동등한 출발선에서 평등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라면 실제로 아직 체감을 못 하고 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분야에 저렴한 인건비로 외국 인력을 많이 투입하려고 하는 것이 글로벌화 노력이라고 하면 일정 부분 체감은 한다. 그러나 해외 우수인력을 유입하려면 안정적인 주거환경 제공 및 동반가족에 대한 지원정책 등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생활 장벽은
이들은 한국 생활에서의 가장 큰 문화장벽으로 언어 문제와 소통방식을 꼽았다.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인한 주거 문제와 자녀교육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지내면서 가장 큰 장벽은.
▲공일함(중국·고려대학교 유학생)=처음에는 높임말과 맞춤법이 헷갈려 의사소통이 어려워 깊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라서 외국인이 완전히 어울리기엔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또 하나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비자나 집을 구할 때였다. 주로 한국어만으로 안내가 돼 있어 '내가 이 사회의 일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경계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럴 때 영어로 함께 안내하면 외국인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마보에브 세로즈백=가장 크게 느꼈던 장벽은 문화적 차이였다. 특히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상황이나 분위기를 읽어서 행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처음엔 조금 어려웠다. 예를 들어 '말은 안 했지만 눈치껏 알아야 하는' 상황들이 종종 있다. 이런 부분은 모국의 문화권에서는 잘 없던 방식이라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섬세한 배려나 간접적인 표현이 오히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점을 배우게 됐고 지금은 익숙해졌다.
▲로버트 루돌프(독일·고려대학교 교수)=한국은 위계질서가 가파르고 사람들의 소통방식이 훨씬 더 간접적이라는 인상이 어렵게 다가왔다. 독일에서는 소통이 직접적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제가 사는 동네의 아파트 가격이 세배로 올랐다. 이에 따라 제 가족은 집을 살 수 없게 됐다. 교육도 문제다. 한국에 오래 머무는 대부분의 외국인 인재는 결혼하는 경우다. 외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해 자녀가 있는 경우 대개 한국 학교시스템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녀의 학업을 돕지 못하면서 결국 한국을 떠나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한국 정부가 주요 도시에 외국인 인재 자녀를 위한 공립학교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면
아울러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선 선행적 언어 공부는 물론 외국인 지원사업, 회사와 관련 최신 정보 습득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본국 혹은 다른 나라의 인재들이 한국 기업에서 일하려 할 때 '꼭 미리 알아야하는 점'은.
▲나가이(일본·IT기업 재직)=한국 기업에 대한 최신 정보가 많이 없고 단순히 회식이 많고 잔업이 많다는 추상적인 정보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SNS는 물론 한국에서 일하는 현직자를 찾아서 최신 정보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
▲주마보에브 세로즈백=한국 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외국인 인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조건 언어부터 배우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오면 단순히 업무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나 일상적인 소통, 그리고 전반적인 한국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언어를 통해 문화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온다면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한국은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사전 준비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속도를 훨씬 높여줄 것이다.
▲팜튀퀸화=한국어는 물론 한국의 직장 문화 등을 미리 습득하고 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가족과 동반한다면 주거·의료·교육 제도 등을 잘 숙지하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성실히 일할 수 있을 만큼 대우해 주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지원정책이나 사업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고 잘되어 있는 편이라 본인한테 맞는 지원정책이나 사업이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오는 것이 한국 생활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김만기 김찬미 신지민 김동규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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