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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전환, 당장의 비용 아닌 미래 위한 투자로 봐야"[fn 25주년 창간기획 기후위기, 폭풍이 분다]

전문가가 말하는 해법
UNFCCC 파리협정 탄소시장감독기구 오대균 전 위원에게 듣는다
에너지 90% 이상 수입하는 한국
탄소배출 부담에 직접적으로 노출
사회 전체가 '인식의 전환' 이뤄야
기업은 먼저 자신의 배출량 파악
정부는 민간에만 맡겨선 안돼
감축땐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 있어야
기후위기 '기상천외'한 해결법 없어
지구의 문제로 보고 어디서든 행동
트럼프 임기 4년이지만 기후는 임기 없어
EU 등 각국 정책 조금 수정됐을 뿐
韓 경제성장 경험, 위기 대응에 활용을

"탄소중립 전환, 당장의 비용 아닌 미래 위한 투자로 봐야"[fn 25주년 창간기획 기후위기, 폭풍이 분다]
오대균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파리협정 탄소시장 감독기구 위원이 24일 서울 강남구 파이낸셜뉴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방식을 바꾸겠다는 '전환'을 위한 의지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만두거나 다른 방안을 찾을 수도 없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환을) 비용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라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기후위기발 경제폭풍이 시작된 가운데 기후전문가인 오대균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파리협정 탄소시장감독기구 위원은 기후위기는 근본적으로 경제 문제라며,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방식의 경제구조는 지속가능하지 못한 만큼 적극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무적인 탄소가격 정책과 함께 다양한 탄소감축 행동의 비용에 대응하는 보상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전 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제조업 공장 내에서 한국 기술자들은 동일한 설비를 가지고도 훨씬 더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서 "생산효율을 높여 왔고 낭비하지 않도록 운영하려는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어서 여러 분야에서 감축 잠재력을 찾아서 구현할 능력이 꽤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오 전 위원과 일문일답.

―기후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처럼 에너지·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는 어떤 리스크가 가장 위협적이라고 보나.

▲현재 우리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다. 기후위기로 여러 나라들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기존 화석에너지에 대한 생산과 소비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면 탄소배출량에 부담하는 비용 증가가 당장 현실화된다.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에 직접적으로 연계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탄소배출 비용 부담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국제적으로 무역구조를 탄소배출에 연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이고,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CBAM)은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산업지도와 수출전략에도 구조적 전환을 요구한다. 기업들이 선도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제도나 인센티브 체계는.

▲지금 기업들은 탄소배출에 대한 가격정책을 비용으로 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탄소 가격정책은 '배출권거래제'다. 배출권거래제는 할당받은 양보다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면 잉여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배출량 관리를 비용으로만 간주한다면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관점의 전환으로 의사결정을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추가적인 노력을 보상하기 위한 인센티브, 즉 탄소감축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같이 참여하고 인정하고 보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의무적인 탄소가격 정책과 함께 다양한 탄소감축 행동의 비용에 대응하는 보상제가 필요하다. 모든 행동의 성과에 대한 기술지원(개발 포함), 세제 등 지원, 행동의 인정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을 해결할 기상천외한 방법은 없다.

―CBAM, 공급망 실사지침(CSDD) 등 다층적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 국내 기업들이 가장 시급히 준비해야 할 영역은.

▲다양하고 다층적인 규제들은 각각 대상과 구조 등이 다르다. 모든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언제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황을 아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먼저 자신의 배출량을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공급망에서 배출하는 배출량을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배출량인 scope 1(직접배출), scope 2(전기·열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뿐 아니라 scope 3(공급망 전반의 기타 간접배출) 배출량을 관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scope 1·2에 대해서는 직접감축을, scope 3에 대해서는 위험관리 차원의 대응을 요구한다.

―감축사업과 에너지 전환을 민간에 맡겨야 할지, 정부가 더 개입해야 할지 논쟁이 있다. 바람직한 역할분담은 어떤 모습인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에너지 시스템은 기후변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기후위기를 안정시키려면 탄소중립을 이루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두 가지 일을 함께 해야 한다. 전력의 무탄소화와 에너지 사용설비의 고효율화이다. 개별 기업들은 자사 설비의 고효율화와 무탄소 전력을 도입해야 하는데 이러한 요구는 RE100을 달성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에서 단위 에너지당 탄소배출량, 즉 국가의 에너지 부문 탄소배출계수를 낮추도록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까.

▲국가 감축목표 NDC는 모든 나라에 '야심찬' 목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누구나 쉽게 달성할 수준이면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가 안정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매우 도전적인 목표였다. 우리는 NDC를 제출하고도 강하게 실행해야 하는 초기 시간을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라는 논쟁으로 흘려보낸 측면이 있다. 기상천외한 방안이 따로 없다고 말한 것처럼 기후행동에서 공간적 제한이나 참여방법에도 제한이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에게 의무를 부여할 수 없을 것이므로 자발적 행동을 위한 여러 방안을 도입해야 하고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문제인 만큼 어디서라도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2035 NDC 상향,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제시했다. 한국의 기후 거버넌스와 집행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지점의 목표는 이행 정도를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되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그 상황이 실현될 것인지를 고려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출발하면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말부터 하게 될 것이다. 파리협정은 전 지구적 목표를 위해서 국내법으로 실행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률과 주무부처 신설은 실질적으로 실행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기후외교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미국 연방정부의 입장으로 인해 기후행동이 약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EU 등 여러 곳에서 그간 발표한 관련 정책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구현 가능한 정책으로 조금 수정되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지만 기후위기는 임기가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U는 CBAM이나 국제 탄소시장을 활용하지 않는 NDC 등 개발도상국들에 다소 버거운 규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국제 외교환경에서 우리는 개발도상국들과 함께하는 기후행동을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제성장 경험을 기후위기에 대응한 지속가능성과 접목해가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갈 수 있을 것이다.

■ 오대균 전 위원 약력 △1963년생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 △서울대학교 자원공학 석사·박사 △한국에너지공단 기후정책실장 △한국에너지공단 기후대응이사 △서울대학교 에너지신산업 혁신공유대학사업단 객원교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파리협정 탄소시장감독기구 위원 △WinCL 최고탄소책임자(COO)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