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日나고야서 中조직 펜타닐 유통 정황, 결제는 전부 암호화폐"
챗GPT가 그린 중국-일본-미국 마약 유통 경로 관련 일러스트. 오픈AI 제공
【도쿄=김경민 특파원】 중국 조직이 미국에 합성 마약 '펜타닐'을 밀수출하기 위해 일본을 거점으로 삼은 정황이 드러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6일 보도했다. 중심 인물이 일본 나고야시에 법인을 설립하고, 최소 2024년 7월까지 일본 내에서 불법 약물의 수배송 및 자금 관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불씨였던 펜타닐 사태가 일본을 새로운 분쟁 무대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펜타닐의 남용으로 인해 매년 수만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2025년 2월부터 세 나라에 펜타닐 관련 품목에 대해 원칙적으로 20~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간 일본은 펜타닐 불법 거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적이 없었다. 닛케이는 "일본이 유통 경로의 하나로 활용된 정황이 확인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입장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통상 분쟁으로 번진 마약 통제 문제가 일본까지 확산될 조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조직이 일본에 세운 법인은 '퍼스카이 주식회사(FIRSKY)'다. 퍼스카이는 미국 당국이 적발한 중국 우한의 화학업체 '허베이 아마벨 바이오테크(Hubei Amarvel Biotech)'와 인적·자본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아마벨 측 간부들은 펜타닐 원료를 미국에 불법 유입시킨 혐의로 2025년 1월 뉴욕 연방지방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공개되지 않은 판결문을 포함해 100건 이상의 미 연방 재판기록을 분석한 결과, '일본의 보스'로 불리는 인물이 아마벨에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일부 문장에 언급됐다. 닛케이는 이를 토대로 소셜미디어(SNS) 등을 추적해 이 인물의 실명과 경력을 확인했다.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SNS상에서 자신을 오키나와현 나하시 거주자로 소개했다. 한국, 중국, 미국에서 총 18개 법인의 주주로 등재돼 있으며 나고야의 퍼스카이 역시 그의 명의로 설립됐다.
퍼스카이의 온라인 활동 내역에서도 아마벨과 유사성이 여럿 발견됐다. 퍼스카이가 100% 출자했다고 밝힌 중국 우한의 자회사는 2024년 7월 감사가 퇴임했는데 이 감사는 미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아마벨 간부와 동명이인이었다.
퍼스카이는 전문 유통 사이트에서 아마벨 제품을 판매했다.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했다. 영업 담당자는 아마벨 계열사와 동일한 SNS 사용자명을 쓰고 있었고,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장 사진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유럽 탐사기관인 '벨링캣'도 "아마벨과 퍼스카이는 사실상 동일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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