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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주전쟁' 감독 해고 논란…최윤진 "진실 알리기 위해 나섰다"

기자회견 늦어진 이유…"상영 중 영화에 피해 주기 싫었다"
제작사 측 영화 크레딧에 감독 대신 현장 연출로 이름 올려
"제2, 제3의 최윤진 만들지 않으려면 침묵해서는 안 된다"

영화 '소주전쟁' 감독 해고 논란…최윤진 "진실 알리기 위해 나섰다"
최윤진 감독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모처에서 진행한 '소주전쟁 감독 해고의 진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영화 '소주전쟁'의 크레딧에 감독 대신 현장연출로 이름을 올린 최윤진 감독이 제작사 더램프 측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최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필원에서 '소주전쟁 감독 해고의 진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 감독은 "영화가 개봉한지 27일 만에 국민과 영화인 앞에 진실을 밝히게 됐다. 감독에게 영화는 자식과도 같아 영화 상영 기간에는 기자회견으로 작품에 추가적인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며 기자회견이 늦어진 이유부터 밝혔다.

기자회견을 열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최 감독은 “‘소주전쟁’ 감독 해고는 영화 제작사가 지속적으로 가해온 심각한 갑질횡포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알리는 동시에 해고사유가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며 "지급약속 불이행, 화풀이식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리려고 한다. 제작사의 갑질로 제2의, 제3의 최윤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진상 조사와 제도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리오 원안자 두고 진실공방


최 감독과 ‘소주전쟁’의 제작사인 더램프 측은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왔다.

갈등은 '소주전쟁'의 초기 제목인 '모럴해저드'로 촬영을 마무리하고 1차 편집본까지 나온 뒤 시작됐다. 후반 작업을 진행하던 지난 2023년 시나리오 저작권 문제로 최 감독과 더램프는 분쟁에 휩싸였다. 제작사는 지난해 9월 최 감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당시 제작사 측은 감독 해고 이유로 "감독이 단독 각본이라 속였고 나중에 원안자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서로의 신뢰가 무너졌고 1차 편집본 역시 형편없어서 더 이상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더램프는 "'소주전쟁'의 시나리오가 원안자인 박현우 작가의 과거 시나리오와 유사한 점을 발견했다"며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이 진행한 감정을 통해 박 작가가 '소주전쟁'의 원작자 및 제1각본작가, 최 감독이 제2각본작가라는 점을 덧붙였다.

최 감독은 제작사 측 해고 사유가 거짓이고 계약 해지 효력 역시 무효임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27일 이를 기각했다.

최 감독의 법률대리인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감독 해고의 적법성을 인정하거나 해고 결정의 유효성을 판단한 건 아니다"라고 단언한 뒤 "'회복할 수 없는 피해인가'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본안 소송에서 금전적 손해배상의 문제로 해결이 가능하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에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제작사와 쇼박스 측은 촬영 현장에서의 기여도를 감안해 최 감독을 '현장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크레딧에 올린 채 영화를 상영관에 걸었다.

영화 '소주전쟁' 감독 해고 논란…최윤진 "진실 알리기 위해 나섰다"
영화 '소주전쟁' 포스터. /사진=네이버

최 감독 "제작사 측 주장, 사실과 달라"


이날 최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 동안 제작사 측에서 내놓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최 감독은 '소주전쟁'의 전신인 '에너미'를 당시 신인이던 박현우 작가와 공동 작업 형태로 완성한 사실부터 알렸다.

최 감독은 "'에너미'는 신인작가와 저의 공동작업이었다. 그러다 동일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가 개봉, 방영되면서 (에너미의) 영화 제작은 중단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박 작가의 요청으로 작가 계약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진로와 골드막 삭스’ 실화 사건을 소재로 변경해 당시 '모럴해저드', 바로 '소주전쟁'의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작성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제작사 쪽에서 최 감독이 원저작자를 숨기고 '단독 각본'이라 속였다며 비판하는 부분도 바로 잡았다.

최 감독은 "원저작자를 숨기고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맞지 않다. 계약 구조상 그런 은폐는 불가능하다"며 계약서를 공개했다. '소주전쟁'의 전신인 기획 시나리오 '에너미' 개발 당시 투자사인 KTH와 메가박스로부터 수령한 계약서다.

계약서엔 "'에너미' 각본 : 박현우, 최윤진'"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최 감독은 울먹이기도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최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병폐를 짚기도 했다.

그는 "소수의 사람들이 한국의 영화시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갑질이 만연해 있다. 영화계 갑질 횡포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신고할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예술인 신문고'로는 해결이 어려운 만큼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작사 측 대표는 공개사과하고 소주전쟁의 OTT와 부가 판권 상영분, 해외 개봉 영화엔 감독 크레딧을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