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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쇼핑성지 된 후 '공실률 0%'… 압구정 카페골목의 기적

임대료 비싼 가로수길서 옮겨와
스트리트 브랜드·편집숍 등 즐비
1분기 도산대로 소형 상가 '만실'

MZ 쇼핑성지 된 후 '공실률 0%'… 압구정 카페골목의 기적
지난 24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옆으로 MZ세대를 겨냥해 리뉴얼한 '루이비통 서울 도산'과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 매장이 있다. 사진=최가영 기자
2030의 발길이 압구정을 향하고 있다. 과거 명품 중심지였던 도산대로 일대가 지금은 MZ세대의 패션·문화 소비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특히 도산공원 인근 '압구정 카페골목'으로 불리던 곳엔 의류 매장이 늘어나면서 공실률 0%를 기록했다.

26일 한국부동산원 상가임대동향 지역별 공실률 통계(소규모 상가 기준)에 따르면 1·4분기 도산대로 상권의 공실률은 0%다. 2024년 3·4분기에는 13.15%, 4·4분기에는 6.17%였던 점을 감안하면 공실이 크게 줄었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임대료가 치솟으며 쇠퇴한 신사동 가로수길 상가 수요가 도산대로와 압구정로데오로 이동했다"며 "가로수길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임대료를 유지해 온 점이 임차인이나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상권에 변화가 나타난 건 MZ세대를 겨냥한 오프라인 매장들이 입점하면서다. 이전에는 도산공원 인근 명품 매장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스트리트 브랜드와 편집샵, 온라인 기반 브랜드의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서 도산공원 방향으로 향하는 골목마다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졌다. '마뗑킴', '젠틀몬스터' 등 한국 패션소품샵부터 미국 스트리트브랜드 '슈프림' 등 외국 브랜드까지 즐비한 거리를 오가는 것은 한국인 뿐 아니라 중국·일본·동남아는 물론, 서양권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양손에 쇼핑백을 든 채 택시를 타고 내렸다.

과거 카페가 모여 '압구정 카페골목'으로 불리던 이곳의 상가는 3곳 중 2곳이 의류매장으로 바뀌었다. 독일 신발 제조사 '버켄스탁'의 첫 한국 지점도 지난 4월 플래그십스토어 형태로 카페골목 안에 자리를 잡았다. 제품 판매에 더해 브랜드의 철학을 공간적으로 풀어낸 체험형 구성으로 MZ세대의 주목을 끌고 있다.

명품 브랜드도 변화하는 고객층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 중이다. '루이비통'은 서울 도산점을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한 제품을 한정 판매하는 공간으로 리뉴얼하고 매장 3층에서는 디저트를 제공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낮아진 방문객 연령층에 따라 브랜드 경험 자체를 소비하려는 흐름에 대응한 것이다.

도산대로 인근의 A공인중개소 실장은 "최근 들어 옷가게 문의가 가장 많다"며 "일반 대기업 브랜드보다 인플루언서 개인 브랜드의 문의가 많고, 성수·한남동 등에 이미 매장이 있는 브랜드들이 새로 진출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냥 옷만 파는 공간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고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하고 매물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