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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유럽 감성'을 그대로….르노 전기차 '세닉' 타보니 [FN 모빌리티]

8월 출시 전기차 '세닉' 미리 시승
올해 국내 물량 999대...4600만원대부터 시작할 듯

'경쾌한 유럽 감성'을 그대로….르노 전기차 '세닉' 타보니 [FN 모빌리티]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세닉)' 주행 사진. 르노코리아 제공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기아의 독주 체제인 국내 전기차 시장에 르노코리아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세닉)'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020년 출시한 소형 전기차 '조에'가 판매 부진으로 2022년 단종된 지 3년 만의 순수 전기차 출시다.

세닉은 이미 지난해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상품성을 인정받은 차다. 국내 시장을 겨냥해 개발되며 돌풍을 일으킨 '그랑 콜레오스'와 달리 세닉은 르노그룹의 프랑스 두에 공장에서 생산되며 전체 부품의 85%가 유럽산이다. 그만큼, 유럽 특유의 감성이 짙다. 르노코리아는 27일부터 세닉의 사전 예약을 시작하고 오는 8월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국내에 들여오는 물량은 '999대'로 한정적이다. 지난 26일 출시 전인 세닉을 타고 약 80km 구간을 달려봤다.

투명도 조절되는 유리 천장…과감한 내·외부 눈길
'경쾌한 유럽 감성'을 그대로….르노 전기차 '세닉' 타보니 [FN 모빌리티]
세닉 내부 모습. 정원일 기자

세닉의 첫인상은 전기차에 걸맞은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날렵한 느낌이 강했다. 전면 그릴 부분에는 르노의 '로장주' 엠블럼이 빽빽하게 적용됐고, 날렵한 눈매로 마무리됐다. 극단적으로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엠블럼에서 영감을 받은 '오라클 휠'도 경쾌한 느낌을 강조한 듯했다.

내부에 들어가면 운전석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세로형 12인치 터치스크린이 결합해 'ㄱ'자 모양으로 운전자를 둘러싼다. 숫자와 주행가능 거리 등이 큼지막하게 표시되는 디지털 클러스터의 디자인은 직관적이면서도 세련됐고, 센터패시아의 스크린도 뛰어난 반응성과 화질이 돋보였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럭셔리 브랜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솔라베이(Solarbay) 파노라믹 선루프'였다. 유리 천장을 버튼 하나로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어 자외선 차단은 물론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준중형 라인업인 만큼, 외관은 언뜻 콤팩트에 보이지만, 내부는 널찍했다. 르노의 최신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하고, 파워트레인, 공조시스템 등을 엔진룸에 배치하는 등 개발단계부터 실내 공간을 극대화해서다. 실제로 뒷좌석에 타봐도 충분한 머리와 다리 공간이 확보돼, 가족용 차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쾌한 유럽 감성'을 그대로….르노 전기차 '세닉' 타보니 [FN 모빌리티]
세닉의 솔라베이(Solarbay) 파노라믹 선루프 조작 모습. 정원일 기자

경쾌·가볍·민첩 주행감…공식기록 이상의 준수한 전비
주행 감각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민첩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길쭉한 휠베이스에도 회전 직경은 10.9m, 스티어링 휠의 최대 회전 수도 2.34 회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스티어링 휠의 반응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주행하면서도 즉각적인 조향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또 전기차 특유의 가속 시 '우주선 소리'나 급출발 현상이 느껴지지 않는 등 주행 질감이 내연기관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비도 훌륭했다. 40㎞를 주행한 결과 7.0㎞/kWh의 전비를 기록했다. 세닉은 LG에너지솔루션의 87kWh 배터리를 탑재,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한 최대 거리는 공식적으로 460㎞다. 그러나 실제 주행가능 거리는 이보다 길었다. 배터리 잔량이 81% 남았을 때 차량에 표시된 주행가능 거리는 491㎞로 완충 시 500㎞ 이상도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쾌한 유럽 감성'을 그대로….르노 전기차 '세닉' 타보니 [FN 모빌리티]
세닉 측면. 정원일 기자

다만 5단계로 조절 가능한 회생제동은 조작이 어려웠다. 회생제동 강도를 최대로 높이면 원 페달 조작이 가능한데, 이 경우 페달에서 조금만 발을 떼도 차량이 급감속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트렁크 공간은 다소 아쉬웠다. 골프가방이나 캠핑용품 등을 넣기는 다소 부족해 보여서다. 차량에 자체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있지 않은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 전원 및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엔 자칫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닉의 국내 예상 판매가는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 시 서울시 기준 4600만원대부터 시작해, 최상위 트림은 5700만원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세닉은 길이 좁고 골목이 많은 '유럽' 감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행 감성을 즐기는 소비자들이라면 999대가 소진되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국내 소비자에게 중·대형 전기차 외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현상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