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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대신 닭” 미 식품산업 ‘치킨’이 장악…MZ세대 선호도 1위

[파이낸셜뉴스]
“소 대신 닭” 미 식품산업 ‘치킨’이 장악…MZ세대 선호도 1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리틀도쿄 지구에 있는 '데이브스 핫 치킨' 식당 음료수 배출구 화면에 2일(현지시다진) 로고가 보이고 있다. 건강하고 값싼 단백질이라는 인식과 MZ세대의 선호가 더해지면서 미국에서 닭고기가 쇠고기를 제치고 식품 업계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AP 연


미국 식품 산업이 빠르게 닭고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수십년에 걸친 쇠고기 소비 감소 속에 포장육 업체들부터 식료품점, 패스트푸드 식당들에 이르기까지 미 식품 산업이 급속하게 고단백질, 저비용 고기인 닭으로 이동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단백질 추구 성향 속에 비용 압박에 몰린 소비자들이 값싼 고기를 찾으면서 닭고기가 미 식품산업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보다 더 건강하다는 점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곳은 다진 쇠고기와 야채 등으로 속을 채운 타코가 유명한 멕시코 음식 패스트푸드 체인 타코벨이다.

타코벨은 6월 들어 모든 종류의 크리스피 치킨을 메뉴에 추가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맥도널드처럼 치킨너깃도 도입했다.

타코벨은 치킨너깃 도입이 “즉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면서 “1주일도 안 돼 미 전역에서 품절됐다”고 밝혔다.

타코벨 측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크리스피 치킨이 우리에게 강력한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입증했다”면서 지금은 새로 개발되는 메뉴의 95% 가까이가 닭고기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의 유동인구를 분석하는 업체인 플레이서.ai의 리서치 책임자 RJ 호토비는 타코벨의 닭고기 메뉴 추가는 소비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호토비는 현재 소비자들이 경제적인 압박을 받으면서도 단백질을 보충하고 싶어하고 있다면서 그 해법이 바로 닭고기라고 지적했다.

호토비는 “닭이 지금 (식품 산업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닭고기가 쇠고기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기가 된 때는 15년 전인 2010년이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101파운드(약 46kg)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 가금류협회(NCC)는 올해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04파운드(약 47kg)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닭고기 소비는 신세대인 이른바 MZ세대의 특성이기도 하다.

미 식품산업 협회(FMI) 보고서에 따르면 닭고기는 이제 소비의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이들은 다진 칠면조와 닭고기를 선호한다.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더 선호하는 60세 이상 베이비부머들과 단백질 선호가 다르다.

세계 최대 육가공 기업인 JBS의 미국 담당 최고경영자(CEO) 웨슬리 바티스타 필로는 “과거에는 닭고기 하면 퍽퍽한 가슴살을 사람들이 생각했다”면서 이제는 고기를 분쇄기에 갈아 버리면서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길베로트 토마조니 JBS 글로벌 CEO는 닭고기가 붐을 타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값이 싸고, 준비가 쉬운 데다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닭고기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정권까지 바뀐 미국에서 드물게 가격 상승이 적은 품목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미 식료품 점에서 팔린 닭고기 평균 가격은 한 팩에 6.79달러로 전년비 가격 상승률이 1%도 안 됐다. 반면 같은 기준의 쇠고기 한 팩은 가격이 6% 급등한 12.03달러였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 같은 GLP-1계열 다이어트약 돌풍도 닭고기 소비 확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의사들은 이런 GLP-1계열 다이어트 약을 처방하면서 환자들에게 근손실을 피하기 위해 단백질 섭취를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의 데이비드 포탈라틴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닭고기를 가장 건강한 단백질로 보고 있다면서 심지어 튀기고, 빵 사이에 넣어도 가장 좋은 단백질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서카나에 따르면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해 가장 뛰어난 실적을 낸 패스트푸드 체인은 닭고기 음식 체인 ‘레이징 케인스’와 ‘윙스탑’이다.

이들의 성공에 자극받아 맥도널드는 지난달 치킨 스트립을 재출시했다.
치킨 스트립은 닭고기를 가늘고, 길게 썰어 조리한 음식이다.

맥도널드는 또 쇠고기 패티 대신 닭고기 패티를 넣은 빅맥 새 버전도 내놨다.

샌드위치 체인 서브웨이 소유주인 사모펀드 로아크(Roark) 캐피털은 이달 닭고기 패스트푸드 체인 ‘데이브스 핫 치킨’을 10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