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열린 '미국 상공회의소 라운드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부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8/뉴스1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냉동창고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현물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24/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진 고위급 방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인공지능(AI)과 조선, 반도체, 바이오 등 제조업 분야의 협력을 강조했고, 미국도 적극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통상 협상 테이블에 올릴 세부 안건을 조율하는 '3차 실무급 기술협의'에서는 미국이 줄곧 요구하고 있는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문제나 농축산물 검역 완화와 같은 비관세장벽 완화·철폐에 대한 압박이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숙원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한국 측의 결단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협상단은 그간 국내 정치상황 등으로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설명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협상에 속도를 내자고 강조했다. 내달 9일부터는 미국이 유예한 상호관세 부과가 전면 시행되는 상황에서 직접 '유예시한 연장'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협상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미국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한 셈이다.
통상당국은 대선정국을 이유로 다른 나라보다 협상이 더디게 진행된 만큼 애초 한미 양국이 설정한 줄라이(7월) 패키지에 구속받지 않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협상을 유도하는 데 우선 목표를 세우고 총력전에 나선다.
관세 협상 패러다임 전환 '상호 윈윈' 관계로…"제조업 르네상스 계기로"29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과 관련 "한미 간 협력의 틀을 새롭게 구축할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일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이번 통상협의를 계기로 양국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협상을 하겠다는 새 정부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여 통상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특히 AI(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EV(전기차), 배터리, 조선, 군수, 원자력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있어 한미가 상호호혜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굉장히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번 방미 기간 미 행정부 고위급 뿐 아니라 의회 인사 등도 접촉한 여 본부장은 마이크존슨 미 의회 하원의장을 만나서는 "지금 새 정부가 한미 동맹과 경제, 기술, 공급망,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 협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존슨 하원의장은 최근 루이지애나에 한국 기업들이 석유화학, 철강 이런 분야에 투자하는 데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한미 간 상호호혜적 협력이 계속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3차 기술협상…소고기 수입·농축산물 검역 등 비관세장벽 철폐 요구 구체화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을 실무대표로 한 대미협상 TF '3차 기술협의'에서는 이전까지 제기된 미국의 요구가 한층 더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차 기술협의에서 미국은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규제 완화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허용 등을 요구했었다.
이번 협의에서 미국은 한국이 미국 상품 구매 확대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나, 주요국 대비 엄격한 농축산물 검역 규제,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과 같은 '비관세장벽'을 완화·철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협의에서 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사업인 ‘알래스카 LNG 개발 참여’에 대한 한국정부의 구체적인 결단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겸 내무부장관은 27일(현지시간) 여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참여 규모나 방식, 사업성 등을 따져보고 있는 단계다.
정부는 알래스카 프로젝트 외 미 측의 요구에 대해서도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조선업 협력 등을 지렛대 삼아 미국이 부과한 25%의 상호관세(기본관세 10%, 상호관세 15%)와 자동차 등 품목관세 예외·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사실상 상품관세가 이미 '0%'라는 점을 설명하고, 일부 쌀 관세 등과 관련한 미국의 오해를 불식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흘 남은 상호관세 유예시한…통상본부장, 美 연장 가능성에 "예단하기는 어려워"미국의 상호관세 유예시한(7월8일) 종료까지는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내달 9일 예정대로 상호관세가 시행되면 한국은 현재 부과 중인 10%의 기본관세에 추가로 15%의 국가별 관세까지 더해져 총 25%의 상호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50%)에 대한 품목관세도 시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 산업에 끼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대선정국 등을 이유로 다른 나라보다 협상이 더디게 진행된 한국으로선 관세 유예 연장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워낙 불확실성이 많아 어떻게 전개될지 확신을 갖고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일부 국가는 타결, 일부는 유예, 일부는 더 높은 관세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상호관세 유예 가능성에 대해 입장을 번복하며 상대국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정한 서한을 발송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을 미국 노동절인 오는 9월 1일까지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협상 시한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주요 무역파트너들과는 협상을 이어가되 교역 규모가 작거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율을 상향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여러 나라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7월 8일까지 이러한 모든 부분의 협상이 다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미국도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일본이 협상을 타결한다는 것도 원칙적인 타결 후 세밀한 내용은 계속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한구 통상본부장은 앞서 지난 22일 방미 길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정치적 상황 등으로 협상 시한이 촉박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 내 상황도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변적이다. 7월 초 상황을 현재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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