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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빚투 멈춰도… 가계대출 당분간 증가세

초강력 규제로 수요 한풀 꺽일 듯
대출 잔액 반영까지 2개월 시차
내달 대출 규모 더 늘어날 전망

영끌·빚투 멈춰도… 가계대출 당분간 증가세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이 겹치며 6월 가계대출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규제를 꺼내면서 수요 과열이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나, 5~6월에 부동산 거래가 몰렸던 만큼 다음달 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규모는 전월보다 5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6조원대 후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영끌'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8월(9조7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 규모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달 2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9948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4조9136억원이 불었다. 현재 속도가 유지될 경우 이달 가계대출 증가 폭은 5조원 중반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며 대출 수요를 자극하면서 주담대 증가 규모가 가팔랐다. 5대 은행의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97조6105억원으로, 5월 말(593조6616억원)에 비해 3조9489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증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신용대출 잔액도 103조3145억원에서 104조3233억원으로 1조88억원이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유동성이 대거 풀리며 주식시장이 최고 상승세를 보였던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치다.

멈출 줄 모르는 가계대출에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놨지만 효과는 오는 9월에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거래부터 대출 실행까지 한두 달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막차에 몰린 부동산 계약에 따라 7~8월에 대출이 실행되면 대출 증가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거래가 몰리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 주(23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43% 올랐다.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규제가 워낙 강력해서 향후 대출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실제 반영되기까지 한두 달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지금 추세로 봤을 때 7월 대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