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 등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6월 심판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 위해 대심판정 자리에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재판관, 김형두 소장 권한대행, 정형식, 조한창, 마은혁 재판관./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재개발 조합 임원이 향응을 제공하거나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입법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21조 4항과 84조 2항 관련 부분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들은 △'조합 임원 선출과 관련해 향응을 제공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조합원의 명부 복사 요청을 조합 임원이 15일 이내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7년 1월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조합장으로 선출된 A씨는 임시총회를 하루 앞두고, 조합장 선출에 관여한 선거관리위원장, 선거관리위원, 조합원, 홍보업체 관계자 등에게 14만원 상당의 식사 등을 제공했다. 조합 임원 선출과 관련한 향응 제공에 해당하는 행위였다.
또 2018년 3월, 조합 사무실에서 조합원 B씨가 조합원 명부 복사를 요청했음에도 A씨는 15일 이내에 응하지 않았다. A씨는 이 같은 행위로 도시정비법을 위반해 2023년 6월 벌금 200만원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A씨는 형사재판 항소심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고 2020년 7월 기각되자, 같은 해 10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법 조항들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선 조합 임원 선출과 관련한 향응 제공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 금전이 결부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야 정비사업이 공정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합원이 조합원 명부 복사를 요청할 경우 조합 임원이 15일 이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조합원 명부'에는 조합원의 성명과 주소, 연락처 등의 정보가 포함되며 조합원의 현황은 계속해 변동할 수 있으므로, 조합원은 자신의 권리행사나 의무부담과 관련해 자신이 속한 조합의 조합원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조합 임원은 조합원이 조합원 명부를 그대로 복사할 수 있도록 응하면 족하므로 15일 이내라는 기간이 과도하게 짧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합원 명부는 조합원들이 조합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감시·통제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자료에 해당하므로, 위 불응행위를 강하게 제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