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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심 '북한판 와이키키' 당분간 텅빌듯..中관광객에 달려

트럼프 관심 '북한판 와이키키' 당분간 텅빌듯..中관광객에 달려
북한의 대형 해변 리조트 단지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준공됐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내 리설주, 딸 주애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4일 준공식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조선중앙TV 갈무리/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북한판 와이키키'로 여겨지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가 1일 북한 주민들 위해 개장했지만, 당분간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화벌이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는 동해 명사십리 해변에 조성된 관광지로 최대 20만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북한 해안가 개발을 이야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김정은이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며, 원산 갈마 해안지구를 직접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 관광산업의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북한 주민 위주로 관광지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30만명 육박 중국 관광객 급감‥러시아 관광객은 흑해 선호
최근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러시아인이 중국인보다 많다. 지난해 2월부터 북한은 러시아 관광객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관광을 재개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한 해 동안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약 88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전 러시아인의 북한 관광객 수도 연간 약 400명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2019년에는 북중관계 개선과 관광 수요 증가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50% 증가해, 26만~30만 명에 이르렀다는 추산도 있다.

'KDI 북한경제리뷰' 6월호에 실린 '중·러 대상 북한 외래 관광에 대한 평가와 전망' 보고서는 북한의 외래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러에 편중된 관광객 유치 노력을 서방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동의 불편함과 비싼 비용으로 인해 러시아인 관광객의 유치 확대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까운 연해주 일대의 북한 관광 수요는 높지 않고, 모스크바 등 서부 지역에 사는 러시아 국민들은 북한을 '너무 먼 곳'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은 7~8월 두 달 정도로, 이 기간에 서부 지역에 사는 러시아 국민들은 가깝고 인프라가 북한에 비해 우수한 흑해 연안이나 튀르키예, 이집트를 여행지로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트럼프 관심 '북한판 와이키키' 당분간 텅빌듯..中관광객에 달려
지난 25일 개최된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 노동신문/뉴스1
상하이~평양' 항공편 정상화 안간힘‥서방 개방화 여부에도 관심
북한이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항로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우크라이나 안토노프사의 AN-148 기종 중 등록 기호가 P-671인 고려항공 항공편이 지난달 29일 밤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 2시간을 비행해 오후 10시에 상하이에 착륙했다고 전했다.

이 여객기는 다음 날인 30일 오전 12시 47분쯤 상하이에서 북한으로 출발해 오전 2시 10분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 여객기가 상하이를 오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12월 소규모 관광객과 사업가 등 소규모 인원 이동을 위한 시험 운항이 이뤄졌고, 지난 4월에는 평양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수송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정기노선이 운영됐다.

북한은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 국경을 걸어 잠갔다. 이후 2023년 8월 평양~베이징 노선과 평양~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지난 1월 평양~선양 노선 운항이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최근 북한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을 여는 등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어 중국과의 정기노선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고려항공은 지난 3월 홈페이지를 통해 평양~상하이 노선 항공 운임을 1840위안(약 34만 원)으로 공지한 바 있다. 북한은 중국 베이징과 선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다른 노선의 운항을 재개했을 때도 바로 직전 항공권 가격을 먼저 공개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