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쉬운 돈벌이 찾아 운반책 가담
약물 경각심 약화·익명성도 원인
20대가 마약범죄의 핵심 가담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온라인 유통망의 접근성, 약물에 대한 인식 약화가 맞물리면서 취약 계층 청년들이 마약 범죄에 끌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선 운반책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급망 전반을 추적할 수 있는 수사 체계 재정비와 예방 교육, 법·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본지가 경찰청에 요청해 받은 '최근 5개년(2020~2024년) 마약사범 연령대별 분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 수는 1만3512명으로 이 가운데 20대는 35.5%(4793명)를 차지했다. 2020년(26.3%) 대비 9.2%포인트 오른 수치로, 5년래 최대 비중이다.
같은 기간 △40대 19.2%에서 14.2% △50대 12.8%에서 9.9% △60대 14.8%에서 12.2% 등 다른 연령대 비중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30대는 23%에서 24.7%로 소폭 느는데 그쳤다. 전체 마약사범 수 역시 2020년 1만2209명에서 2023년 1만7817명까지 증가하다가 지난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 등 구조적 요인과 약물에 대한 경계심 약화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을 20대 비중 증가의 배경으로 함께 지목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는 "취업난과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직면한 20대가 보다 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마약 거래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고 말했다.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학대 교수)도 "흔히 마약을 연예인 또는 부자들의 일탈·향락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마약사범의 대부분은 무직자나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며 "재정적 불안정성 등 악화된 주변 환경 영향으로 마약의 유혹에 쉽게 빠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보편화, 다크 웹과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 등도 20대 마약범죄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박 변호사는 "거래자들의 흔적이 아이디로만 남다 보니 탈퇴를 하면 더 이상 추적할 방법이 없다"며 "익명성 보장이 용이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게 범죄를 시작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도 "어린 여성들을 중심으로 마약류로 분류된 항정신성 다이어트 약물을 불법으로 구매하고, 암호화폐로 돈을 보내는 흐름이 포착된다"고 전했다.
결국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고 범죄의 양상이 점차 지능화·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법·수사·교육 전반에 걸친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마약 사범들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치료·재활을 강화하는 한편, 형량을 높이고 교육부·복지부 등 정부부처 간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며 "온라인 유통망을 단속하기 위한 기술 발전과 '마약은 위험하다'는 국민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청년층 마약 확산에 대응해 각 시·도청에 온라인 마약 전담 수사팀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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