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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액공제 35%' 트럼프 감세법안 美상원 통과

4일 발효… 韓 반도체기업 수혜
전기차 세액공제는 9월말 종료
"법안 반대" 머스크와 갈등 격화

'반도체 세액공제 35%' 트럼프 감세법안 美상원 통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으로 꼽히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1일(현지시간) 상원 문턱까지 넘으면서 이르면 4일 발효될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은 전기차 세제 혜택이 줄어들었지만 반도체 혜택은 늘어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한때 트럼프와 같은 배를 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번 조치에 격렬히 반대하며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렸다.

미국 공화당은 2025년도 예산을 오는 9월 30일까지 써야 하는 트럼프 정부의 돈 문제를 돕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예산 조정권'을 발동하여 현재 예산을 대폭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OBBBA로 불리는 조정안은 예산 증감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 규정 변동을 담고 있으며 지난 5월에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에서는 1일 표결 당시 찬반 50대 50으로 법안 처리가 어려웠으나,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겨우 51표로 가결됐다. OBBBA는 다시 하원으로 돌아가 2일 재의결 절차를 거쳐 대통령 서명을 통해 법으로 확정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BBBA에 대해 "사회 안전망과 친환경 산업으로 가던 돈의 방향을 국가 안보와 납세자로 틀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법안에는 △취약계층 대상 공공 의료보조(메디케이드)·저소득층 식료품 지원(푸드 스탬프) 예산 감축 △청정에너지·전기차 세액공제 축소 △팁·초과근무수당 면세 △개인 소득세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불법 이민 차단 예산(175억달러·약 23조원)·국방 예산(150억달러) 추가 배정 △연방정부 부채 한도 5조달러 증액 등이 포함됐다.

OBBBA에는 한국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조항도 들어갔다. 우선 2022년 조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 공제가 사라질 예정이다. 당시 바이든 정부는 북미에서 만든 전기차 신차 및 중고차에 각각 7500달러, 4000달러의 세액공제를 2032년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OBBBA에 따르면 해당 공제는 오는 9월 말 종료된다. 1일 미국 증시에서 루시드, 리비안, 테슬라를 포함한 전기차 주가는 1.97~5.34% 급락했다. 3사 가운데 테슬라의 낙폭이 가장 컸다. 반면 반도체 기업들은 혜택이 늘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제정된 '반도체과학법(CSA)'을 통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들의 시설 및 장비 투자에 25% 세액공제를 약속했다. OBBBA에 따르면 해당 공제는 앞으로 35%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OBBBA가 시행될 경우 대규모 감세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국가 부채가 3조3000억달러(약 4487조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1180만명의 미국인이 건강보험을 잃는다고 예측했다. 올해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활동하며 예산 감축 및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머스크는 OBBBA에 연일 반대 목소리를 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