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에도 질적 개선 부진한 서비스업
1인당 노동생산성, 20년 간 제조업의 40%
제조업 생산 지원하는 보완적 역할에 그쳐
“상위 법적 기반 등 과감한 규제완화 필요”
지난 5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한 상가에 임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조업의 40%에 수준에 머무는 등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제조업 수출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치고 지나치게 내수와 공공 부문에 의존한 결과로, 특히 팬데믹 이후 생산성이 크게 급감했다. 이에 산업정책의 상위 법적 기반 마련하는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비스 업종 노동생산성 하락 뚜렷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평가 및 정책적 대응 방향’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 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 규모상으로 민간 서비스업(공공행정국방 및 부동산업 제외)이 2024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4%, 취업자 수의 65%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확대된 점을 고려할 때, 양적 성장에도 생산성·효율성 측면에서의 질적 개선이 정체된 것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의 생산성은 이전 추세를 크게 밑돌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금융보험,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의 경우 비대면 수요 확대, 디지털 전환 등에 힘입어 생산성이 일시적으로 급등했으나 2022년 이후 하락 전환한 뒤 최근에는 팬데믹 이전 장기추세를 약 10% 하회하고 있다. 미국에서 하이테크 서비스업(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이 고용 및 생산성 측면에서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을 견인한 것과 대조된다.
도소매, 숙박음식, 운수창고업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도 팬데믹 충격 이후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해 과거 추세를 약 7% 하회하고 있다. 특히 숙박음식, 사업지원, 보건복지서비스업 등 노동집약적 업종의 생산성은 2020년에 급락한 이후 팬데믹 이전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제조업 보조, 공공재로의 인식 여전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이같은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부진이 중장기에 걸쳐 형성된 구조적 요인에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서비스업이 총산출의 약 32%(2020년 기준)가 상품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될 정도로, 오랜 기간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을 지원하는 보완적 역할(물류,운송,금융) 등에 주로 집중해, 독립적인 수요 기반이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비스업은 여전히 노동집약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 서비스업의 투자율은 2000년 26%에서 2022년 18%로 하락한 가운데 주식시장 내 시가총액도 제조업의 절반 수준으로 자립적인 성장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이에 더해 내수, 공공부문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기업의 해외진출이나 혁신을 통한 수익확대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인식되는 지식서비스의 경우, 기업 총매출의 약 98%(2021년 기준)가 정부·공공, 국내 기업·소비자와의 거래 등 내수에 집중된 상태다. 특히 주요국의 고부가가치 서비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 지식서비스 기업 중 해외시장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의 비중은 2.2%(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는 생계형 자영업 진입이 확대되면서 영세성도 고착화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고 초기자본이 적게 드는 업종에 1인 또는 가족 운영 사업체가 몰리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워지고 영세 자영업자들만의 진입·퇴출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회전문식 경쟁’이 초래돼 △기업 성장 △자원 재배분 △일자리 창출 기반이 제약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법·제도 정비화로 전략산업화 꾀해야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정책의 상위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제도로는 포섭하기 어려운 신산업과 융복합 서비스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범부처 컨트롤타워 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인프라·표준화·데이터 연계 등 공통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강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조업에서 축적된 지적자산을 바탕으로 제조 지식을 AI·데이터 기반 산업서비스로 전환하고 컨텐츠, 디지털 헬스케어 등 글로벌 수요가 높은 분야는 제조기술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제언이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해 중견 이상 규모의 기업 일자리로 이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법인화·직영 프랜차이즈 등 기업화 촉진 방안을 병행하고 창업·폐업 등 제도적 지원과 맞춤형 금융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선영 거시분석팀 차장은 “주요국의 보호무역 강화라든지 중국의 기술력 추격 등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의 수출 전략이 점차 한계에 봉착했다”며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이 서비스업, 특히 고부가 서비스 중심의 어떤 성장 동력 다변화가 절실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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