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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퇴원할 때까지 안 나가" 버틴 60대, 무죄 선고 이유는

퇴거불응 혐의 기소 60대 무죄 선고
재판부 "퇴원 요구 부당하지 않아"

"딸 퇴원할 때까지 안 나가" 버틴 60대, 무죄 선고 이유는
서울남부지법. 사진=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신병원 면회 시간이 지나 입원 중인 딸을 만나지 못하자 퇴원시켜 줄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며 병원 측의 퇴거 요구에 불응한 6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김성은 판사)은 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구로구의 한 정신병원에서 면회시간이 지나 입원 중인 딸을 만날 수 없게 되자 딸의 퇴원을 요구했다. 병원 측이 규정상 면회·퇴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수차례 안내하고 퇴거를 요구했으나, A씨는 정당한 이유 없이 퇴거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딸의 또 다른 보호의무자인 전처의 동의로 딸이 입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후 딸의 퇴원을 요청하며 보호의무자인 자신이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병원 측은 "다른 보호의무자 동의가 없으니 퇴원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정신질환자가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퇴원을 신청한 경우 환자의 치료와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퇴원을 거부할 수 있다. 이에 A씨는 "딸을 퇴원시켜줄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며 약 2시간 동안 병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퇴거 요구 불응 행위가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회윤리나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와 이혼한 전처 모두가 보호의무자인 점 △A씨가 그동안 딸의 입원에 반대해왔던 점 △입원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가 병원을 찾아 보호의무자로서 퇴원 여부를 확인할 권리가 있어 보이는 점 △사건 이후 병원에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고려했으나 A씨의 동의가 되지 않아 보호입원으로 전환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퇴원 요구가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다소 소란을 피우긴 했지만, 그 행위가 병원 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과도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병원 업무시간인 5시부터 약 2시간 정도 머물렀고, 자신이 신고해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순순히 연행됐다"며 "피고인의 방문이 1회성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병원 업무가 방해될 정도로 과도하다거나 병원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할 정도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