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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뱅크 설립 재원 '4000억' 누가 얼마나

은행 '지출 최소화' 물밑작업 분주
장기 연체채권 매입·소각 관련
도덕적해이 등 부정적 여론 상당

배드뱅크 설립이 본격화되면서 소요 재원(8000억원) 가운데 절반(40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은행권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최소한의 분담금을 받기 위해 저마다 유리한 시점과 기준을 앞세우는 상황이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각 은행 입장에서는 회계상 처분한 채권 때문에 분담금을 내는 것이 억울한 상황이라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배드뱅크 설립을 서두르는 가운데 관련 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빚을 진 차주의 채무를 탕감해주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총 8000억원이다. 4000억원은 정부가, 나머지 4000억원은 은행들이 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주도했던 '주빌리은행' 모델과 유사한 형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채권의 정리는 당사자는 물론 궁극적으로 사회와 금융회사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라며 "은행들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배드뱅크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은행들이 기업시민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맥락은 이해한다"면서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은행에 재원 마련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방적으로 '상생금융 재원금을 마련하라'고 압박하는 것보다는 긍정적 분위기"라며 "특히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중간에서 민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장기 연체채권 매입·소각프로그램의 재원을 은행들이 어떻게 부담할 지 아직 실무 차원에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소상공인에게 이자를 되돌려주는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시행할 당시에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모든 은행이 전년도 3·4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을 연간 순이익으로 환산한 뒤 순이익의 10%씩을 부담했었다.

다만 이번 장기 연체채권 매입·소각 프로그램에 대한 형평성 문제나 도덕적 해이 등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매입 대상인 7년 이상의 5000만원 이하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 가운데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채권이 8조원을 넘는 반면,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은 약 1조원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보유한 채권이 대다수가 아닌데 은행이 재원을 마련할 경우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2023년 10월 발표한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따라 2조1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막대한 규모의 재원을 출연금으로 내놓을 경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