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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늘리는 은행… 직원 성과표 평가배점 높인다

당국 가계대출 고강도 규제 여파
하반기 기업대출 경쟁 불붙을 듯
비수기에도 현장영업 강화 분위기

기업대출 늘리는 은행… 직원 성과표 평가배점 높인다

KB국민은행이 올해 하반기 KPI 평가에서 기업대출을 순증하는 평가 점수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대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은행들의 가계대출 목표 총량을 절반으로 낮추는 고강도 규제에 나서면서 기업대출을 강화, 줄어든 이자수익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방어가 시급한 다른 시중은행도 기업대출 확대를 중점으로 하반기 경영전략을 수정하면서 은행간 기업대출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업대출을 순증하는 평가점수를 높였다. 기업대출 항목의 평가배점을 높인 것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KB국민은행 영업점의 기업대출 담당직원들은 기업대출 영업 비수기지만 현장영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기업대출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3·4분기에 1조5000억원을 추가로 확대했다. 기존 8조원 규모를 총 9조5000억원 규모로 늘리면서 다른 시중은행보다 기업대출에 금리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한 행원은 "최근 사업자대출 금리도 하락해 기한을 연장할 때 금리를 제안하기 좋아졌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또 새 정부의 방침에 맞춰 국가전략사업에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소상공인 상생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기술금융 질적성장 시리즈'와 'KB소상공인 동방상생 시리즈'도 운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신설한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을 중심으로 서비스형뱅킹(BaaS) 기업금융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신한은행이 영업력을 집중하는 곳은 공급망대출로 기업간거래(B2B) 공급망금융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모비스와 같은 대규모 기업기반 고객을 확보해 현장 영업력에 활용하고 또 유치된 기업과 연계해 금융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급망금융이 적용 가능한 산업군을 추가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 집중한 하나은행은 연초 수립한 기업대출 목표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제조업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유동성 지원을 늘리고 혁신성장기업과 상생기업에는 금리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비대면 기업금융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방식으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더퀴커'를 개발 중으로 오는 11월 공개할 예정이다. 이달 부동산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과 'NH더퍼스트기업통장'을 출시해 고객 선택권도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 완성 과정에서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다른 은행보다는 제한적인 기업대출 영업을 하는 분위기다. 실제 우리은행은 기업대출을 줄이는 디마케팅을 지속 중이다. 대출기한을 연장할 때 금리인하기임에도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우리은행 거래 기업이 다른 은행들의 집중적인 영업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제한적 성장, 즉 우량한 기업을 위주로한 기업 금융은 이어가되, 비교적 건전성이 떨어지는 대출을 정리해 나간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 확대에 나서는 것은 정부가 가계부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가계대출 영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일 수 밖에 없어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을 약 10조원 정도 줄여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이 고민이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크지만 마진도 큰 기업대출을 늘리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