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화제된 예언서 '내가 본 미래'에 기록된 2025년 7월 5일 대지진 예언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도 SNS선 불안 심리 확산
일본 지진 리스크는 여전히 높아
'내가 본 미래' 완전판.(사진=일본 마이니치신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에서 화제를 모은 예언 만화 '내가 본 미래'가 예고한 대지진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본 사회에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2025년 7월 5일을 지목한 '대재앙 예언'이 임박하면서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내가 본 미래'의 작가는 만화가 타츠키 료로, 1999년 처음 발간된 이 만화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예견했다고 알려지며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2021년 개정판에서는 "2025년 7월 일본에 진짜 대재앙이 닥친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책 띠지에도 '진짜 대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는 문구가 적혀 있어 독자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D데이 임박하니 "아니다"... 작가 해명에도 불안 확산
타츠키는 최근 출간한 저서 천사의 유언을 통해 "꿈꾼 날이 반드시 무언가가 일어나는 날은 아니다"라며 7월 5일이라는 구체적 날짜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타츠키는 "편집 과정에서 날짜가 과도하게 부각된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도, "일본과 필리핀 사이 해저가 분화해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은 유지했다.
타츠키는 또 "만약 꿈꾼 날짜가 현실화된다면 2025년 7월 5일 새벽 4시 18분에 대재앙이 발생한다"고 구체적인 시각까지 언급했지만, "꿈의 이미지가 반드시 현실화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역시 비축품을 챙기고 외출할 때 조심하고 있다"며 "이 관심이 방재 의식으로 이어진다면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내일 대지진이 올 것"이라는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일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는 자극적인 카운트다운 영상을 제작해 조회수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영상 댓글에는 "이번에도 적중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방재 용품이나 생필품 구매가 늘면서 편의점·온라인몰 품절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노무라 류이치 일본 기상청 장관은 "현재 과학적으로는 지진의 일시·장소·규모를 특정해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런 정보는 거짓"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다만 "일본은 언제든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방재 대책을 다시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동일본 대지진 참사 14주년인 지난 3월11일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사고 당시와 같은 시간인 오후 2시 46분을 기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기도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지진 리스크 여전히 높아
실제로 일본 열도는 태평양판, 필리핀해판, 북미판, 유라시아판 등 4개 지각판이 맞물려 있어 지진 위험이 상존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후쿠시마현, 이시카와현 등지에서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불안감을 키웠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규모 4 이상의 유감지진이 600회 이상 관측됐으며, 장주기 지진동에 따른 대규모 피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재난보고서를 통해 "향후 30년 내 80% 확률로 난카이 해곡에서 규모 8~9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사망자 29만8000명, 이재민 1230만명, 붕괴 건물 235만 채, 부상자 9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경고와 예언이 뒤섞여 혼란을 키우기보다는 제도적·기술적 방재 시스템을 점검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방재업계는 이른바 '예언 특수'에 들썩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방재용품 매출이 3배 이상 늘었다"며 "휴대용 배터리나 비상식량, 생수 등이 품절 직전"이라고 전했다.
동일본대지진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 사회에서는 이 같은 불안이 상업적으로 소비되는 경향도 반복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도 "불안에만 매몰되지 말고 가족과 지역 단위의 방재계획을 다시 확인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있다. 타츠키는 산케이신문에 보낸 답신에서 "7월이 일본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번 관심이 준비와 대비로 이어진다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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