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에 맞서는 미국의 봉쇄전략에 한국 동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10일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박윤주 외교차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인사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중국이 10~11일 말레이시아에서 연이어 개최되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영향력 확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중 외교수장들은 한·중·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연이어 갖는 등 외교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새 정부의 장관 인사청문회 일정으로 인해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 대리 참석했고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리는 마크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에서 영향력 확대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10월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하는 한국은 치밀한 외교전을 펼쳐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외교수장은 지난 10일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먼저 만남을 가졌다. 박 차관은 "한반도 평화·번영 및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아세안의 지지를 요청했다.
반면 왕이 외교부장은 아세안+3외교장관회의에서 아시아 국가 간 단결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이 최근 아세안 일부 국가와 중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왕이 부장은 "과도한 관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의 무역 정책을 부당하고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하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자유무역 및 상호이익 추구를 강조해왔다.
중국은 '일대일로'(중국 주도의 글로벌 인프라 확장 프로젝트) 정책에 따라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왕이 부장은 포용적 경제 글로벌화와 글로벌 사우스(신흥·개도국)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중이다.
미국도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세안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경계해왔다. 11일에는 미국의 외교수장인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이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선 한반도 안보 및 역내 질서 유지 방안, 그리고 중국 견제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수 있다. 미국은 아세안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동시에,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역내 공급망 안정, 해양 안보,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 질서 구축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적 압박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아세안 국가들이 자율성과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미국은 아세안 일부 회원국과의 양자 및 다자 경제협력, 인프라 투자, 기술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세안 내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언론인들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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