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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민감해진 소비자…편의점 '주춤', 대형마트 '선방'

올해 1·4분기 주요 편의점 실적 전년대비 30% 이상 악화
다이소·무인점포 등 대체 채널 경쟁 강화 영향도
대형마트는 할인경쟁력 및 체질개선 바탕으로 실적 상승
증권가 "하반기에는 소비진작 효과로 유통업계 전반 활황 기대"


물가에 민감해진 소비자…편의점 '주춤', 대형마트 '선방'
최근 '고래잇 페스타'가 진행되고 있는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 얼마 전부터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 용산점은 매장 오픈 전부터 입장하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마트의 대규모 할인 행사인 '고래잇 페스타'를 통해 저렴하게 장을 보려는 시민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15일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평소 정가대로는 장을 보지 못한다"며 "세일 기간 동안 정가 대비 50% 할인하는 품목들도 있어 생활비 절약을 위해 세일 기간 동안 최대한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 기조 속에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춘 대규모 할인 행사로 '고객 몰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실적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소비 위축과 유통 대체 채널 확산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편의점 오프라인 점포 매출이 전년 동월대비 2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0.6% 감소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0.2% 줄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 등에 힘입어 지난 5월 0.2% 성장했다. 물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같은 상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채널로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적상으로도 드러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주요 편의점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2·4분기에도 전년 대비 약 7.5~12.3%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다이소, 무인점포, 식자재마트 등 근거리 대체 채널이 빠르게 확산하며 편의점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고정비 구조 상 인건비·임대료 부담이 크다는 점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반해 대형마트는 상반기 구조조정 효과와 함께 할인 경쟁력을 앞세워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38.2% 증가했다. 2·4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할인 행사와 더불어 트레이더스 채널 성장과 통합 매입, 인건비 효율화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조치 효과가 실적 성장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쇼핑 역시 1·4분기 영업이익이 29.0% 증가한데 이어 2·4분기에는 19.4% 성장이 예상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할인폭이 큰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는 경향 두드러진다"며 "편의점 수익 반등을 위해서는 대체 채널 대응이나, 고정비 구조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달부터 지급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등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따른 유동성 확대 효과와 본격화된 편의점 업계의 구조조정이 유통업계 전반의 훈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이번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되지만, 지난 2020년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처럼, 소비 회복에 따른 후광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비심리 반등, 금리 인하 누적, 정부의 내수 부양정책 본격화 등에 힘입어 올해 3·4분기부터 주요 유통 업체들의 매출은 본격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고정비 부담과 소비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업계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며 "하반기에는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과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점진적인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