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한국풍력에너지학회장 ·군산대학교 교수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 균형 발전 등 다양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수단으로 해상풍력이 주목받고 있다. 수심이 깊은 우리 해역에 적합한 부유식 해상풍력은 차세대 유망 기술로 떠오르며, 국내에서도 첫 실증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상풍력단지 개발은 국가 기간산업을 새롭게 구축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로 초기 단계부터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발전기 제조부터 해상 설치, 유지관리, 전력망 연결 등 다양한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융복합산업 시스템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운영 역량이 요구된다. 이러한 산업의 특성상 장비 확보, 기술 축적, 인력 양성 등의 초기 성과가 향후 시장 주도권과 산업 생태계 구축, 자립 여부를 결정짓게 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하고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상풍력 단지는 국가 에너지 공급망과 직결되는 핵심 기반시설인 만큼 기술력 뿐 아니라 보안과 안전성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핵심요소이다.
실제로 국가 주요 인프라에 외국산 장비가 도입될 때마다 보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는 해상풍력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자국 항만에서 운용 중인 중국산 해상 크레인이 정보 유출과 원격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식 제기하고, 이에 따라 사이버 보안 지침을 강화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용 CCTV에 중국산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정보 유출 우려가 불거졌고, 해당 장비가 전면 철거된 사례도 있었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외국산 장비가 충분한 검증 없이 도입될 경우, 민감한 정보의 유출이나 핵심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 상실 등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해상 환경에서의 구조 및 운영 안전성 역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해상풍력 장비는 까다로운 해양 환경 속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설계·제작·운용 전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기술적 호환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해상은 육상보다 구조물의 안정성와 유지보수가 훨씬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국내 기술을 확보하고 장비의 구조와 운용 특성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국내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이슈 발생때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만약 해외에서 제작된 장비에서 이슈가 발생할 경우, 부품 수급 문제와 기술 지원 지연 문제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그 영향은 우리 바다와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 전력망 전체까지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한 기술적 결함 여부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해양 안전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새로운 기술 기반 산업이기 때문에 국내 산업 기반이 갖춰지기 전에는 해외 의존성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명확한 산업 육성 전략을 제시하고 국내 기업들이 기술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초기 시장에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와 인력 양성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잘 구축될 수 있다. 산업 생태계 초기 구축 단계에서는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전략적 자립성, 그리고 향후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초기 프로젝트의 구조와 추진 방식이 향후 수십 년간 산업 전체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은 단순한 실증 프로젝트를 넘어 대한민국 해상풍력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의 토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이상일 한국풍력에너지학회장 ·군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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