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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팔아 1000만원 기부한 86세 참전용사 "어린 소년에게 희망되길" [따뜻했슈]

고물 팔아 1000만원 기부한 86세 참전용사 "어린 소년에게 희망되길" [따뜻했슈]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0만원 기부한 이형진 씨(오른쪽)/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재활용품을 수집해 모은 1000만원을 기부한 80대 남성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21일 대전사회공동모금회는 대전에 거주하는 이형진 씨(86)가 나눔리더 골드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나눔리더는 1년 안에 100만원 이상을 성금으로 낸 개인 기부자를 뜻하며, 100만원 이상 기부할 경우 '그린', 500만원 이상은 '실버', 1000만원 이상 기부 시엔 '골드' 회원이 된다.

새벽마다 캔·폐지 주운 할아버지...한부모 가정에 전달

이씨는 2∼3년간 재활용품을 직접 수집하며 기부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는 새벽이면 집을 나와 폐지를 줍고 캔을 주워 고물상에 팔았다. 하루 2만보 이상 걸어 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 매일 5000원~1만원씩 차곡차곡 모은 돈은 눈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이가 있으나 임대주택 보증금조차 없어 속만 태우던 위기의 한부모가정에 전달된다.

이씨는 기부금과 함께 진심을 담아 쓴 손 편지도 함께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 "희망은 곧 삶의 원동력입니다. 멈췄을 때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사랑의 근원이신 하느님이시여! 이 작은 나눔이 이름 모를 길 잃은 어린 소년의 가정에 희망의 새싹이 되도록 영원토록 보살펴 주옵소서"라고 적었다.

월남전 통역관으로 참전 "삶의 마지막은 나눔으로"

재활용품 수집을 8년 전부터 해오며 틈틈이 조금씩 남모르게 기부해온 이씨는 2년 전 대전 유성구 다가구주택 일가족 사망사건과 인천 일가족 5명 사망사건을 잇달아 접하면서 가장 어려운 한 가정을 집중적으로 도와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1970년대 월남전에 통역관으로 참전했던 참전유공자이기도 한 이씨는 국가에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갚아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씨는 "번 돈을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니고 애들도 다 컸고, 이 돈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 재활용품을 모았다"며 "여든살까지는 나 살기 위해 몸부림쳤는데, 삶의 마지막은 작은 나눔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며 "많은 분이 한 가정, 한 아이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