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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4억인데 더 쉬게 해달라고요?" 주4.5일제 도입하자는 금융노조

금융노조 창립 65돌 '주4.5일제 대전환' 포럼
"저출생·저고용·지방소멸 대응 위해 도입 필수"

"연봉 1.4억인데 더 쉬게 해달라고요?" 주4.5일제 도입하자는 금융노조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노동포럼'에서 주4.5일제 도입을 외치고 있다. 금융노조 제공

"연봉 1.4억인데 더 쉬게 해달라고요?" 주4.5일제 도입하자는 금융노조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가운데)과 연사들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노동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금융노조 제공

[파이낸셜뉴스] "금융산업 노동자, 금융노조 조합원들의 삶만 개선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쉬는 문화 그리고 저출생과 저고용, 지방소멸 문제의 해법으로서 주 4.5일제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노동포럼' 인사말에서 "금융노조는 앞서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주4일제 영업을 해도 생산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바 있다"면서 "다만 고객 불편의 관점에서 우리가 대중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 부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에 고객 이용을 증대시켜 금요일 (휴무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5일제에서 주4.5일제로의 대전환! 금융산업의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동시간 단축을 금융산업에서 먼저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노조는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과 함께 주4.5일제의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정책적·사회적 연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준비했다.

포럼 좌장을 맡은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금융노조는 앞서 지난 2002년 주5일제를 도입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비난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주5일제를 도입한 바 있다"면서 "해당 사실의 역사적 의미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민간부문에 선도해 도입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사합의를 통해 이뤄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일과 삶 균형의 노동시간 전환, 주4.5일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주4일제는 3개의 영역, 5개의 카테고리, 15개의 효과를 이유로 해야한다"면서 "크게 '노동·기업' '개인·사회' '산업·국가' 세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노동과 기업 측면에서 이직률 감소와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개인과 사회 측면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 개선, 저출생 문제 완화, 실업급여 지출 감소, 지역사회 참여와 사회적 활동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산업과 국가 차원으로 접근하면 에너지 사용 절감, 배기가스 감소, 탄소발자국 축소 등 환경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주4.5일제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와 산업 차원의 병행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재명 대통령 공약 자료집 304쪽에는 주4.5일제를 통해서 OECD 평균 노동시간인 1700시간대로 감축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선 선대위는 주4일제네트워크, 금융노조와 주4.5일제 도입을 위한 정책 협약도 맺었다. 정부가 OECD 평균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과도한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담론을 형성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3년 기준 OECD 평균 노동시간은 1742시간이고, 한국 평균은 1872시간이다.

김 소장은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과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는 국책 연구기관은 물론 다양한 논문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89~1991년 주 48시간 노동에서 주 44시간 노동으로 줄였더니 노동생상성이 9.0%에서 12.6%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일자리도 4.7% 늘었다고 설명했다. 2004~2011년 주4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주간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줄였을 때는 일자리 68만개(5.2%)가 만들어졌고, 10인 이상 제조업 종사자의 실질 부가가치가 1.5% 향상했다고 주장했다. 각각 주4일제와 주4.5일제를 도입한 기업인 휴넷과 코야드에서 저출생 문제가 해소됐다는 논문도 소개했다.

금융노조는 현재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주4.5일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관련 법 개정과 정부 지침을 이유로 주4.5일제 안건 논의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4.5일제 도입을 놓고 맞서고 있는 사측인 은행들과 금융노조의 대치는 극단을 향해가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총파업을 해서라도 주4.5일제 도입을 서둘러야한다"고 말했다.

노조와 은행은 중앙노동위원회 마지막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주 4.5일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테스크포스(TF)부터 설치하자고 제안했지만 은행들이 거절한 것이다. 조정 결렬에 따라 쟁의행위가 진행되면 실제 은행원의 총파업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측 입장에서는 치솟는 은행 기존 직원들의 1인당 연봉을 고려할 때 4.5일제 도입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결국 추가 인력 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행원 연봉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각 은행이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4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억1628만원)보다 200만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1억2061만원, KB국민은행 1억2000만원, 신한 1억1900만원, 우리 1억1400만원 등 순이었다. 연봉 증가액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으로 전년 대비 600만원 늘었고,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전년보다 100만원 줄었다. 현재 공개된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희망퇴직자 특별 퇴직금도 1인당 3억1000만~3억6000만원에 달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이날 포럼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금융노조 창립 제65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사측을 대표해 기념식에 참석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6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중심 축으로서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묵묵히 그리고 굳건하게 그 역할을 다 해왔다"면서 "오늘날 금융산업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금융의 확산으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고객 중심의 패러다임 속에서 디지털 혁신과 근본적인 구조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용병 회장은 "우리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금융산업의 혁신 역량 강화와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사용자협의회 또한 진정성 있는 소통과 상생의 노력을 이어가며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