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힘, 상법 개정안 맞서
실제론 ‘배임죄 완화’만 추진될듯
더불어민주당이 이사회의 주주충실의무 조항 신설에 이어 추가적인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경제계가 건의한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과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 수단은 19대 국회 때부터 이번 22대 국회 때까지 꾸준히 발의됐음에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21대 국회 당시 정부와 민주당의 반대의견만 쌓인 상태라 진척을 이루기 어려울 전망이다.
■與 "주주 권익"… 野 "경영권 방어"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달 초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담은 추가 개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9월 정기국회에서는 자사주를 일정 기간 안에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도 추진한다.
그러자 국민의힘 최은석·구자근 의원은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구 의원은 지난 3월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해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쥐여주는 포이즌필 법안을, 최 의원은 지난 21일 포이즌필에 더해 '황금주'로 불리는 거부권부 주식도 도입해 의도적인 경영권 공격을 방지하는 안을 내놨다.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단순히 민주당의 상법에 맞서 즉흥적으로 나온 법안은 아니다. 지난 19·20·21대 국회 때에도 꾸준히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들이 발의해왔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또는 두 가지 모두를 도입하는 법안들이다.
■2020년 심의됐지만 정쟁 탓에 표류
19~20대 국회에서는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못했고, 21대 국회 들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바 있다. 그마저도 법안심사소위 심의에 국민의힘은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이 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 상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에 반발해서다. 이에 문재인 정부 법무부와 민주당 의원들의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반대의견만 회의록에 남게 됐다.
먼저 2020년 11월 25일 소위 회의록을 보면 고기영 당시 법무차관은 포이즌필을 두고 "기업 투명성 제고에 역행하고 소수주주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미 경영권 방어 제도가 충분히 활용되고 있고,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는 게 경영권 방어에 가장 좋은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 의원이 짚은 현행 경영권 방어 제도는 △5% 이상 상장사 주식 보유 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5%룰 △증권시장 밖에서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공개매수제 등이다.
■與野 공감 배임죄 완화만 합의 전망
종합하면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안은 국민의힘이 발의해온 법안들만 있을 뿐 국회 심의 기록상으로는 정부와 민주당의 반대의견만 축적된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상황이라 국민의힘이 돌파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경제계 건의사안 중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보다는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한 배임죄 완화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의 책임이 넓어지고 주주 권한은 강화되면 '줄소송'이 벌어질 수 있으니, 경영판단은 면책한다는 대법원 판례상 원칙을 법률에 적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모두 이에 공감해 상법·형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의 고동진·유상범 의원과 민주당 김태년 의원 등이 관련 법안들을 발의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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