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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새 바뀐 폐암 지형도... 여성환자 늘고 수술건수 3배 급증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14년치 흐름 분석
대기오염·간접흡연 탓 여성 환자 12% ↑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 0.76%로 줄어

14년새 바뀐 폐암 지형도... 여성환자 늘고 수술건수 3배 급증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폐암 수술 환경은 지난 14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수술 건수는 물론 환자 구성과 수술법 모두에서 '양적·질적 진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박성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와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조수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박사, 함명일 순천향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 12만4334건과 로봇수술 1740건을 바탕으로 폐암 수술의 흐름을 분석, 최근 대한암학회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2010년 4557건이던 국내 연간 폐암 수술 건수는 2023년 1만418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폐암 발생률도 42.8건에서 61.6건으로 늘어났다. 연령표준화 발생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인구 고령화가 수술 환자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폐암 발생의 중심축이 고령층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35~64세에서는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 순이지만 65세 이상에서는 폐암이 가장 높은 발생률을 기록했다. 폐암이 중·노년층 주요 질환으로 떠오른 셈이다.

환자 구성에서도 여성 폐암 수술 환자 비율이 2010년 32%에서 2023년 44.7%로 크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여성 환자의 상당수가 비흡연자임에도 증가 추세인 점은 간접흡연, 음식조리 시 연기 노출, 대기오염 등 복합적인 환경 요인의 영향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또 다른 핵심은 '고위험 환자의 수술 접근성 확대'다. 70~79세 환자 비율은 26.3%에서 32.3%로, 80세 이상 환자는 2.0%에서 6.2%로 각각 늘었다. 동반질환이 많은 환자군을 나타내는 찰슨동반질환지수 7점 이상 환자도 9.0%에서 17.4%로 급증했다. 과거라면 수술을 꺼렸을 고령·중증 환자도 이제 수술실 문턱을 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술 확대는 조기 진단 활성화와 더불어 수술법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라는 평가다. 2010년만 해도 전체 수술의 절반(52.9%) 수준이었던 비디오흉강경 수술은 2023년 94.8%로 대세가 됐다.

로봇수술도 꾸준히 확산 중이다. 아직 전체 비중은 3.17%로 적지만, 2023년에는 개흉 수술 건수(291건)를 처음으로 로봇수술 건수(450건)가 넘어섰다.

수술 범위에서도 환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폐 일부만을 절제하는 쐐기절제술 비율은 8.2%에서 18.5%로, 분절절제술은 4.2%에서 9.6%로 확대됐다.


이처럼 수술의 문턱이 낮아지고 정밀화되면서 치료 성과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폐암 수술 환자의 입원 기간은 2010년 평균 13일에서 2023년 7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도 2.45%에서 0.76%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박성용 교수는 "이제 고령, 여성, 동반질환 환자도 보다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도 "여전히 지역 간 의료 접근성이나 치료 성과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근거 기반의 정책 수립과 수술의 질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