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주 연세대 GTK&J 책임교수(
사진)는 일본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중소기업·스타트업에게 “길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날로그가 강점인 일본 시장은 점진적으로 사회가 변하기 때문에 기업도 시간을 들이는 전략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시장에 잘 녹아들기 위해선 한국 중소기업이 일본 제조기업 인수합병(M&A)하는 방법도 제언했다. 스타트업에겐 일본 상사의 대기업벤처투자(CVC) 기회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27일 권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다. 한국의 일본 호감, 일본의 한국 호감이 유래 없이 높다”며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일본 시장 진출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본 기업들이 새 정부 들어 또 무역갈등이 일어날지를 우려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고 있다”며 “새 정부 실용주의 기조에선 이념 보단 양국 이익을 위한 외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일본 도쿄대에서 한일관계를 연구한 국제정치학 박사다. 연세대 미래교육원에서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스타트업과 기업인에게 비즈니스 전략과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게이트웨이 투 재팬’(GTJ)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TJ는 지난해 시작해 올해 9월 2기를 시작한다. 권 교수는 2016년부터 연세대에서 ‘게이트웨이 투 코리아(GTK)’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 기업인을 위한 코스로 자리 잡았다. 지금껏 약 100여개 기업, 200명 이상 수료생을 배출했다.
권 교수는 △일본 법인 설립 △일본 대리점 개설 △일본 기업 M&A 3가지 방식으로 한국이 진출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은 뛰어난 기술을 갖춘 크고 작은 제조업 기업이 많다. 하지만 디지털전환(DX)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대적인 생산라인, 경영을 못 갖춘 기업이 많다. 또 고령화 등으로 가업을 이을 후계경영자를 못 찾는 경우도 많다”며 “M&A 방식의 일본 진출을 관심 갖고 볼 필요가 있다. 한국 IT와 일본 제조업을 매칭하는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스타트업에게 단순히 투지금을 지원해주는 것 보단 정보 공유가 핵심이다”며 “일본 산업성과 연계해 한일 기업을 매칭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을 많이 유치하고 싶어한다. 시부야구 경우 한국 스타트업에게 무료 사무실 대여 등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경제는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등 대기업 '상사 경제'가 중심이다. 때문에 일본 CVC들은 신규 사업 차원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기업 진출 시에 주의할 점도 있다. 한국은 '빨리 빨리' 문화지만 일본은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한국이 가성비, 편리함을 중심으로 일본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다”며 “일본은 관광객이 많은 라멘집에 가도 여전히 키오스크를 거부하고 현금과 쿠폰자판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의 사업은 네트워킹을 통해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들고 오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를 맺으면 반대로 오래가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일 교류는 활발하다. 주일대사관 ‘한일 인적교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405만3000명, 일본인의 한국 방문은 133만2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8.4%, 13.5% 증가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은 883만명으로 가장 많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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