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관세 부과 유예 시한(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미국의 압박 수위가 정점을 찍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내 "최상의 협상안을 가져오라"며 강하게 요구했다. 정부는 3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간 회담을 앞두고 최종 조율에 나서며 막바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농축산물 수입 확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외에 △국채 투자 확대 △미국산 무기구매 등이 최종 카드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장관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 협상단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안을 제안할 때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 협상해야 하는 구체적인 설득 이유를 제시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 관세 부과 시한을 추가로 연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관세 협상이 내일 끝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관세는 내일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협상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29일 2시간가량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통상 협의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했다.
미국의 '최종안' 요구에 정부가 추가로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농산물 수입 확대 △알래스카 LNG 수입 확대 △망사용료·구글지도 등 비관세장벽 완화 △국채 투자 확대 △미국산 무기구입 등의 카드가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숙명여대 신세돈 경제학과 교수는 "MASGA나 1000억달러 투자가 미국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일본처럼 국책은행이 대출을 지원해 총액을 부풀리거나, 농산물 수입 구조를 바꾸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본처럼 총량 안에서 각국 수입품의 비중을 바꾸는 것과 같은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알래스카 LNG 수입 등으로 600억달러 수준의 대미 무역흑자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계획도 실익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지대 김태황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본다면 우리도 최대 2000억달러까지는 전략적으로 투자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며 "디지털 시장 개방이나 철강 쿼터 조정도 실질적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숫자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차별적 지위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협상 테이블에는 정부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총출동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워싱턴으로 떠났다.
그룹 총수들의 잇단 방문은 대미 투자 확대 시그널을 직접 전달하고 정부 제안을 뒷받침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양국은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지막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며 최종 담판에 나선다. 협상이 불발될 경우 8월 1일부터 상호 25% 관세가 발효되며, 자동차·철강 등 수출 주력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aber@fnnews.com 박지영 김준혁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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