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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 창건 80년 혁명 영도사’ 정치학습…김정은 치적 부각

선전선동 사업에 주력 움직임, 주민들의 사상적 이탈 차단 관측 
주민들 물가 상승에 어려움 겪어 시장환율과 수입품 가격 급등세 

북한 '당 창건 80년 혁명 영도사’ 정치학습…김정은 치적 부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화성지구 4단계 1만세대 살림집(주택) 건설장에서 여맹중앙위원회 일꾼들과 여맹중앙예술 선전대원들이 경제 선동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올해 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선노동당의 80년 혁명 영도사’를 주제로 선전선동 정치학습 사업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내용의 정치학습에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NK가 신변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구한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염주군 여맹(조선사회주의여동맹)원은 지난 18일 최근 10여 간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치적 사업을 부각하는 정치학습을 받았지만 이들에게서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학습은 사회주의 체제와 제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일제 해방 직후의 혼란기와 미제에 맞선 전쟁 시기, 전후 복구 건설 시기 등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다가 ‘위대한 발전기’로 전환되며 결국 김 위원장의 치적 나열로 이어졌다.

소식통은 “제목은 당의 80년 혁명 영도사인데 실제 내용은 최근 10여 년간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이었다”며 “초기 창당 시기에서도 수령님(김일성)의 이름은 언급조차 안 됐고, 장군님(김정일)에 관해서도 전혀 언급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여맹원들 사이에서는 “장군님 시기는 주민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부분도 있어 일부러 배제했을 수 있다”, “선대 수령님들보다 원수님(김 위원장)의 영도력과 업적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좀 더 자세한 학습 내용은 지방발전 정책에 따라 현재 염주군 일대에서 추진 중인 지방공업공장 건설을 비롯해 3대 필수 대상(병원·과학기술보급거점·양곡관리소), 양덕온천문화휴양지, 강동종합온실농장, 광천닭공장, 수해복구 살림집 건설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일일이 열거하며 “주체 조선의 존위와 명성이 최상의 경지에 이르렀다”며 김정은 업적의 찬양 일색이었다.

소식통은 “이러한 반복적인 학습은 주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고,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는 태도를 습관화하게 한다”며 “주민들의 사상적 이탈을 차단하는 구조적 장치로써 정치학습은 주민들의 반응이나 의사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지속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초 대폭 상승했던 북한 시장 물가가 상승세와 특시장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수입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쌀값이 가장 높은 양강도 혜산시 한 시장에서는 쌀 1kg이 1만4200원에 거래돼 사상 처음으로 1만40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 사이 2주 만에 시장 쌀 가격이 12%나 올랐고 여전히 시장에서의 쌀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주식인 강냉이(옥수수) 가격도 역시 상승세다. 쌀값과 마찬가지로 옥수숫값 오름폭이 가장 높은 곳 혜산시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5000원에 거래돼 지난 2009년 화폐 개혁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북한 원·달러 시장환율은 앞서 이달 초 3만원을 넘어선 이후 2주간 보합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원·위안 환율 역시 마찬가지로 강보합세로 신의주와 혜산의 북한 원·위안 환율은 4180원, 4230원으로 직전 조사 때보다 0.7%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여전히 최고가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부터 1kg에 2만원대를 유지하던 북한 시장의 휘발유 가격이 15.4% 상승한 3만1500원으로 올라 사상 처음으로 3만원대를 넘어섰다. 신의주나 혜산 등 다른 지역도 비슷한 수준으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지난 19일 기준으로 평양에서 경유 가격은 1kg은 3만300원으로 조사돼 이달 초인 지난 5일보다 19.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가격이 3만원대를 넘어선 것도 역시 사상 처음이다.

또 수입 식용유 가격도 1kg당 2만5000원으로, 2주 만에 22%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수입 설탕이나 밀가루 1kg 가격도 2주 전보다 8.5%, 7.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북한의 물가 상승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그만큼 고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