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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 0%' 안전자산 투자로 위기 돌파[글로벌 금융중심지를 가다]

뉴욕편 (3) 신한은행 뉴욕지점
국내 첫 'Fed 재할인 창구' 활용
유동성 확보해 팬데믹 위기 대비
한국계 유일 텀론B 상품 취급
신용등급 좋은딜에 선별적 확장

'연체율 0%' 안전자산 투자로 위기 돌파[글로벌 금융중심지를 가다]
【파이낸셜뉴스 뉴욕(미국)=이병철 기자】신한은행 뉴욕지점은 현지 환경에 대한 이해가 깊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멈추고,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확실성에 빠졌을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재할인 창구(Discount Window)를 국내 은행 최초로 활용했다. 달러 유동성을 확보해 위기에 대비했다. 연준은 은행이나 지점의 여신을 담보로 달러를 대출해주는 제도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뉴욕에 진출한 국내 은행 지점 중 최초로 미국 내 외국계 은행협회에 가입했다. 미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과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해마다 조금씩 바뀌는 미국 금융당국의 감독 방향에 대해서도 사전에 인지할 수 있게 됐다.

도건우 신한은행 뉴욕지점장(본부장)은 31일 "신용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안전한 자산 위주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라고 단언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과 무리한 신디케이션론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지점장의 이러한 선택은 신한은행 본점의 신용 리스크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과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인도 등 다양한 해외근무 경험에서 비롯됐다.

도 지점장은 "은행의 해외 사업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해외 감독당국의 감독 하에 부실 처리 과정은 한국과 매우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현재 신한은행 뉴욕지점의 연체율은 '0%'다. 이달 중순 기준으로 대출잔액은 20억달러를 돌파했다. 도 지점장은 "지금 시장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인프라나 안전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과 배터리 에너지저장 시스템(BSS)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AI 바람을 타고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함에 따라 투자은행(IB)도 활기를 띠고 있다. 도 지점장은 "데이터센터는 신용 리스크가 낮고 사업성이 좋아 큰 규모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분야로 BSS도 있다. 최근 한국기업들이 미국에서 BSS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뉴욕지점이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취급하는 상품도 있다. 텀론B(Term Loan B)는 일반적 대출인 텀론A(Term Loan A)와 달리,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된다. 기업금융 성격을 가진 신디케이션론으로 현지 기업이 대출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이 상품을 거래하기 위한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도 지점장은 "텀론B는 기업금융 신디케이션으로, 이를 채권처럼 유통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며 "신용등급이 좋은 딜에 선별적으로 텀론B 취급을 확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신한은행 뉴욕지점은 지난해 순이익 2158만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1625만달러)보다 500만달러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900만달러의 이익을 달성했는데 일회성 비용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실적이 좋았다는 평가다.

도 지점장이 리스크 관리와 영업 외에도 집중적으로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 바로 현지 직원들의 역량 강화다. 뉴욕지점에는 모두 42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서 파견 나온 주재원이 12명, 나머지는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들이다.

그는 현지 직원들을 위해 오프라인 업무 연수를 적극 지원한다.
도 지점장은 "현지 직원들은 계속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역량이 올라가야 본점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다"며 "글로벌 비즈니스는 결국 현지화를 해야 한다. 이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현지 직원들의 역량이 향상됐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