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서울대·KAIST 공동연구팀
종양 성장 억제·전이 감소 효과 확인해
유방암.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치료제가 거의 없어 ‘난치성 암’으로 불리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열리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환자 종양 조직에서 유래한 치료물질을 활용해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전이를 줄이는 맞춤형 면역치료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서울대·KAIST 공동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자가종양유래물(TdL, Tumor-derived Lysate)을 투여했을 때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와 폐 전이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합 투여했을 때는 단독 요법보다 치료 효과가 크게 강화됐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5%를 차지하는 아형으로,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수용체와 HER2 단백질이 모두 없어 호르몬 치료제나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 현재는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하지만 재발과 전이가 잦아 환자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암세포 돌연변이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단백질 조각, 즉 신항원(Neoantigen)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환자 암세포를 분해해 얻은 TdL을 직접 투여하거나 △신항원을 나노입자(LNP)에 담아 전달하는 두 가지 전략을 실험했다.
실험에서 TdL을 투여한 군은 대조군보다 종양 성장 속도가 뚜렷하게 늦춰졌다. 종양 내부에는 더 많은 면역세포가 침투했고, 특히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가 활성화됐다.
또한 폐 전이 결절 수와 면적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도 확인됐다. 신항원을 LNP에 담아 투여한 경우에도 종양 크기가 크게 감소했으나, 가장 강력한 억제 효과는 TdL 투여군에서 나타났다.
특히 TdL을 면역관문억제제(a-PD-L1)와 함께 사용했을 때는 단독 투여보다 항암 효과가 확연히 강화돼 병합 치료의 시너지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분석을 통해 TdL 투여 후 종양 미세환경이 바뀐 사실도 확인했다. 항암 효과를 내는 CD8⁺ T세포가 증가하고, 종양 성장을 돕는 억제성 면역세포는 줄어드는 등 면역 반응에 유리한 환경으로 재편된 것이다.
이는 TdL이 단순히 종양 크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면역체계를 암 억제 쪽으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문형곤 교수는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자신의 암조직을 활용해 면역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다면 새로운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신항원 기반 면역치료의 가능성을 동물모델로 증명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이러한 전략이 대장암, 폐암 등 다른 고형암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질병중심 중개연구사업(과제번호 HI22C0497)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오플라시아(Neoplasia, IF 7.7)’ 최근호에 게재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