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 금전대차 대가로 보기 어려워"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 안 돼"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만기 전에 빚을 상환할 때 부담하는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자제한법상 이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A사가 B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분양사업을 하는 A사는 지난 2019년 B사로부터 68억원을 대출받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약정에는 최초 대출일로부터 12개월이 경과하기 전 조기상환하는 경우 조기상환금액의 1%를 중도상환수수료로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B사는 대출금 68억원에서 선이자와 각종 수수료 등을 공제한 약 55억원만 A사에 지급했다. A사는 12개월 전 68억원을 모두 상환했고, 이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 2800여만원도 지급했다.
이후 A사는 B사를 상대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을 초과했으므로 받은 돈을 돌려달라며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회사와 직원을 상대로는 이자제한법 위반 행위에 가담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 이어 2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2심 모두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약정의 대가로 봐야 하므로,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해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가 지급한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자제한법에 따른 최고이자율을 초과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중도상환수수료 약정은 기한 전 변제로 인한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본래적 의미의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면 최고이자율이 적용되고, 형사처벌로 직결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중도상환수수료를 간주이자에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이자제한법 제6조에 따른 배상액의 직권 감액 등을 통해 채무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자제한법 제6조는 '법원은 당사자가 금전을 목적으로 한 채무의 불이행에 관해 예정한 배상액을 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상당한 액까지 이를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면 이흥구·오경미·박영재 대법관은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전대차와 관련해 채권자가 받은 것으로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볼 수 있다"며 "중도상환수수료를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로 보지 않으면 최고이자율의 탈법행위를 방지할 수 없게 되므로 간주이자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