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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허브와 메가샌드박스'로 발전 노리는 새만금

새만금 국내 최초 스마트그린산단 지정, RE100 실현 기반 완비
규제완화·예타면제 결합으로 개발 일괄 동시 추진 기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반영, 중앙-지방 정책공조 체계 구축

'RE100 허브와 메가샌드박스'로 발전 노리는 새만금
새만금 개발 조감도. 전북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국내 최대 간척지 새만금이 글로벌 RE100 중심지와 메가샌드박스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과 AI 강국 도약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예고한 가운데 새만금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의 선도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정과제에 포함된 '새만금 글로벌 메가샌드박스'와 SOC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결합되면 새만금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RE100 허브 새만금
8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RE100은 애플, 구글,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친환경 캠페인으로 기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여러 기업이 동참하며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새만금의 가장 큰 경쟁 요소는 천혜의 자연조건이다. 서해안 특유의 강한 바람과 풍부한 일사량을 바탕으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이 가능하다. 현재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합쳐 7GW 규모 발전시설이 건설이되고 있다. 향후 RE100 기업들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공급 능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 가동 예정인 1.2GW급 수상 태양광 발전소는 새만금의 RE100 역량을 보여주는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이는 일반 가정 50만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또 다른 강점은 이미 구축된 산업단지 인프라다. 2022년 국내 최초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되면서 RE100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연결되는 고압직류송전망까지 갖춰져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전력 공급 여건도 우수하다. 새만금은 현재 1.5GW의 전력 공급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GW 이상을 여유분으로 활용할 수 있어 대규모 산업시설 유치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과 분산형 전원 구축을 통한 맞춤형 전력 공급 시스템도 구상 중이다.

'RE100 허브와 메가샌드박스'로 발전 노리는 새만금
새만금에 조성된 육상태양광 시설. 전북도 제공


전북도는 RE100 기업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료 대폭 할인과 각종 세제 혜택, 외국인 전문 인력 비자 완화, 고용 규제 완화 등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만금 RE100 산업단지는 단순한 공장 부지가 아닌 '에너지 신도시' 개념으로 개발된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주거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치 대상은 전력 집약적 산업들이다. 이차전지,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분야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탄소 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다. 여러 국내외 기업들이 새만금 진출에 관심을 보이며 구체적인 투자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뒷받침도 탄탄하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새만금 RE100 산업단지 조성'이 명시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책 공조 체계가 구축됐다. 전북도는 RE100 전담 TF를 구성하고 관계 기관과의 협의체를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메가샌드박스로 규제 완화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이 글로벌 메가샌드박스로 만들어 단순한 규제 혁신을 넘어 SOC(사회기반) 사업 일괄 예타 면제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메가샌드박스는 규제 완화와 SOC, 연구개발, 인력 양성, 세제 혜택 등을 패키지형으로 통합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도 시급한 새만금 SOC 필요성을 인정받아 인프라 구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행 새만금사업법에는 예타 자동면제 조항이 부재해 내부 개발사업조차 일반 예타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고 정권 변화 등 정치적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전북도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새만금사업법에 '필요시 예타 면제' 조항을 신설하고, 기본계획(MP) 반영 SOC를 일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 지역 대형 프로젝트와 격차도 선명하다. 가덕도 신공항(13조7584억원)은 특별법 제정과 함께 예타 자동면제를 확보해 신속한 추진력을 얻었고, 달빛고속철도(6조원) 역시 특별법을 통한 면제를 추진 중이다.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4조6562억원)와 대구경북통합신공항(2조5768억원)도 각각 2019년, 2023년 특별법으로 면제 혜택을 받았다.

반면 새만금은 동일한 국가사업 지위에도 불구하고 일반 예타 절차에 발목 잡혀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E100 허브와 메가샌드박스'로 발전 노리는 새만금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도. 전북도 제공


새만금국제공항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차원에서 예타 면제를 받았으나, 이는 전국 23개 사업(총 24조1000억원)에 대한 포괄적 조치였다.

당시 전북은 새만금국제공항 8000억 원과 상용차 산업 R&D 2000억원 등 1조원 규모만 배정됐다.
광주·전남은 3조2000억원, 부·울·경 8조7000억원 등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쓴소리가 지역에서 나왔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은 법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추진력을 확보하며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새만금은 여전히 제도적 기반 부족으로 발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새만금은 이미 모든 준비가 돼 있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과 에너지 대전환 정책에서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소"라며 "RE100 중심지와 SOC 예타 면제가 실현되면 새만금이 빛을 낼 것"이라고 희망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