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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보니 5천만원 증발...'여행 리뷰 부업'의 끔찍한 결말 [조선피싱실록]

국내여행상품 리뷰 작성하면 환급금 지급
이후 현금환급으로 더 큰 금액 투자 유도

정신 차려보니 5천만원 증발...'여행 리뷰 부업'의 끔찍한 결말 [조선피싱실록]
챗 GPT가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경기도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는 어느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부업 광고 영상을 봤다. 여행사 상품을 구매한 후 리뷰(후기)만 쓰면 되는 일이었다. 간단한 작업이라는 생각에 A씨는 용돈 정도 벌고자 메신저 라인(Line)을 통해 담당 가이드에게 연락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이드는 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리뷰를 작성하면 원금과 수익금을 준다고 안내했다. A씨는 실제로 15만3000원을 입금해 상품을 구매, 리뷰 작성 후 16만5000원을 돌려받았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일로 돈을 벌게 되니 A씨는 들떴다.

다음날 가이드는 A씨에게 더 많은 수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고수익 팀 미션'으로, 동남아·유럽·미주 등 여행상품의 가격이 높아질 수록 환급금이 커진다는 것이다. 원금은 100% 환급되며 수백만원대 여행상품일 경우 30~40%까지 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솔깃해진 A씨가 시도해보겠다고 하자 가이드는 새로운 라인 단체방에 초대했다. 대화방엔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글들이 넘쳐 났다. 몇십 만원부터 많으면 몇백 만원까지 수익을 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같은 상품을 선택한 4명이 모여 예약하고 후기를 쓰면 됐다.

우선 A씨는 50만원짜리 여행 상품부터 시작했다.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예매한 뒤 리뷰를 작성하니 환급금 15%가 추가된 수익금을 입금 받았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A씨는 고가 상품으로 점점 금액을 확대했다.

어느덧 금액이 800만원대까지 커졌다. 가격이 너무 높아져 부담스러워진 A씨는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가이드가 "한 명이라도 예약을 진행하지 않으면 환급금 지급을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같은 채팅방 참여자들도 "빨리 예약하라"며 "당신 땜에 돈을 못 받는 것이 말이 되냐"고 질타했다.
결국 A씨는 장기신용카드 대출까지 받아 참여했다. 대출까지 받아 겨우 추가금을 입금했지만, 이번에는 수익금을 바로 받을 수 없었다. 세금 문제가 생겨 당장 환급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이드는 해당 수익금은 세금 문제가 해결된 뒤 일주일 후에 입금해준다고 했다. A씨는 불안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돈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후 같은 채팅방 참여자들의 압박에 못 이겨 여러번 추가로 고액 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하지만 가이드는 "예약 실수 건이 있다" 등의 이유로 환급을 계속 미뤘다. 특히 마지막에는 금융감독원에 문제가 생겨 보증금 1500만원을 더 내야 지금까지 입금한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2금융권에서까지 대출을 받아 추가금을 입금했다. 하지만 가이드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결국 며칠 만에 총 5000만원 가까이 잃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비를 써야 하는 업무는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 사례에서처럼 단순 반복적 업무임에도 과도한 수익을 제시할 때 더욱 경계해야 한다. 처음엔 착수비 등을 명목으로 돈을 입금해주거나 포인트 등을 충전시켜주다 결국 추가 납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니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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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