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환율대책 필요성 대두
외환스와프·외화채 발행 한계
국민연금 이번주 대규모 환헤지
'1500원 육박' 환율잡기 총력
1500원선을 바라보고 있는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이 일시적·단일적이지 않은 만큼 추후 변동성이 재차 커지는 상황에 대비하려면 근본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언제까지 국민연금만 활용할 수는 없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또 다른 국부펀드 등을 조성해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은 미봉책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 목적 자체가 환율 안정이 아닐 뿐 아니라 기금 고갈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5일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 합의한 650억달러 한도 외환스와프 계약 1년 연장(2026년 말까지)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스와프 규모가 커지고 만기가 길어질수록 외환보유액 유동성이 약화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은행과 연기금 간 외환스와프 정례화는 자국 환율 불안정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부정적 신호로 비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스와프 한도는 지난 2022년 9월 100억달러에서 2023년 4월(350억달러), 2024년 6월(500억달러)·12월(650억달러)을 거치며 규모가 커졌다.
보건복지부가 준비 중인 '국민연금 외화채 발행'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채권을 찍어 달러를 직접 조달해 국내 달러 수요를 줄이고, 환율 불안 시 외화를 투입하겠다는 구상인데 시장금리 변동으로 조달비용이 커질 위험이 존재한다. 확보한 외화를 외환시장에서 매도할 경우 환리스크에 노출되기도 한다.
국민연금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헤지는 신규 해외투자 시 한은에서 가져간 달러를 이용하거나 기존 투자 헤지 시 이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결과적으로 환율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현 교수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자금 일부를 환율 맞춤용으로 활용하거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규모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가능하다면 또 다른 국부펀드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재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단순히 수출 증대로 인한 외환보유액 축적이 아닌, 달러 편중의 완화와 유동성·안정성·수익성 등의 균형적·질적 관리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제무역에서의 자국 통화 사용 확대 및 통화스와프 다변화를 통해 기축통화 의존도를 완화해가야 한다"며 "에너지·자원 안보 유지, 수출산업의 구조적 고도화, 인구구조 대응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계속 상향하며 통화주권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의 기저엔 외화보유액 축적 경로 단절이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경상수지 흑자가 나고,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외화를 원화로 바꾸면서 중앙은행 등이 이를 매입해 외환보유액이 쌓이는데 매 단계가 끊어져 있다는 것이다. 즉 수출기업은 외환 매도를 줄이고, 이른바 '서학개미'는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1~10월 국내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1171억달러로, 과거 10년 평균(512억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폭(896억달러)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 상승 원인으로 수차례 '수급' 불균형을 지목한 바 있다.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어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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