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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밀어내는 STM… 은행권 인력 구조 '디지털 대전환'

5년새 78% 늘어… AI도 접목
5대銀 희망퇴직 2천명 넘을듯
떠난 자리엔 디지털 인재 수혈

#1. NH농협은행은 지난달 말 '코리아 핀테크위크 2025'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가장 주목받은 콘텐츠는 AI 기반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였다. 기존 STM 기능에 AI 인증과 상담 기능을 결합해, 고객이 음성 명령만으로 입·출금은 물론 통장·카드 발급, 상담 등 주요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2.신한은행은 지난 12일 희망퇴직 시행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고연령·고연차 직원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인력 효율화를 통해 신규 채용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대상은 근속 15년 이상 고연차 직원과 리테일서비스 직원이다.

은행원 밀어내는 STM… 은행권 인력 구조 '디지털 대전환'

은행권 인력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는 자동화기기 도입이 확대되면서 희망퇴직으로 기존 인력이 빠져나가고 디지털 인재 채용이 늘어나는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STM은 2020년 말 246대에서 지난달 기준 438대로 늘었다. 5년 만에 78.0% 늘었다.

STM은 영상통화, 신분증 스캔 등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예·적금 신규 가입, 카드 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다. 은행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하면서도 고기능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이 높다. 최근에는 STM에 AI까지 접목되는 추세다.

이 같은 기술 고도화는 희망퇴직과 디지털인력 확보 등 은행권 인력 구조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초 KB국민은행에서 647명, 신한은행에서 541명, 우리은행에서 429명, 하나은행에서 263명(상·하반기) 등 1880명이 희망퇴직했다. 연말 농협은행 희망퇴직자까지 확정되면 올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희망퇴직을 통해 줄어든 인건비가 재투자되는 곳은 AI·디지털 인력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수립한 '2025년까지 디지털 인력 4000명 증원' 목표에 맞춰 정보기술(IT) 및 플랫폼 개발 직무를 별도로 구분해 채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AI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을 신설해 IT 인력 채용을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지주 차원에서 오는 2027년까지 자체 데이터 전문 인력을 3000명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도 기존 AI플랫폼부를 AI전략센터로 바꾸고, IT·디지털 인력 관리와 채용, 육성을 담당하는 테크(TECH)인사부를 신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화기기 확산과 AI 도입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은행 조직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문제"라며 "영업점 인력 구조조정과 디지털 인재 확보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