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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치정국에 '반도체법' 연내 처리 물건너갔다

30일 본회의 '필버 제한법' 상정
與, 2차 종합·통일교 특검 추진
여야 민생경제협의체도 중단

민생법안들이 연말 필리버스터(국회법상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국민의힘이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하는데 동의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 역시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제한법(국회법 개정안)'과 2차 종합·통일교 특검 단독 처리를 최우선으로 검토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정치권 통일교 게이트를 고리로 대여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려 하는 만큼 내년에도 국회 극한 대립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를 끝으로 무박 3일간 이어진 필리버스터 정국이 종료됐다. 해당 기간 쟁점 법안이었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필리버스터 끝에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지만,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한 비쟁점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민생법안은 끝내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여야가 본회의 처리의 시급성을 가장 크게 공감하고 있는 법안은 반도체특별법이다. 반도체특별법은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마련된 법안이다.

그러나 특별법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는 이르면 30일 열릴 예정인데, 민주당이 이날 필리버스터 제한법 우선 상정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제한법은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은 필리버스터 사회권을 의장이 지정하는 의원에게도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면서 우원식 의장이 체력적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국회법 개정을 당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2차 종합·통일교 특검 상정 계획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법원행정처가 특검 추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헌법재판소 등 외부기관이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이중 1명씩 추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2차 종합 특검과 함께 단독 처리할 경우 정국이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합의한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가동도 여전히 '함흥차사'다. 당시 이 대통령과 양당 대표는 청년 고용, 배임죄 폐지,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등 여야 공통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 2일 2026년 예산안 합의 처리 이후 민생경제협의체 가동을 재논의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이후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좌초됐다. 고환율 등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여야가 민생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내년 1월 통일교 특검 가동과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재판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겨울이 지나가면 내년 6월 열릴 지방선거 국면으로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시점부터 대선까지의 기간인 4월 4일~6월 3일 국회 본회의가 단 두 차례 열리고 34건의 법률안만 통과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선에서도 활발한 법안 처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