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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수 줄었는데 육아 더 바빠" 출산율 낮추는 '좋은 부모 강박'

"자녀 수 줄었는데 육아 더 바빠" 출산율 낮추는 '좋은 부모 강박'
지난 24일 한 엄마가 찬바람을 가리기 위해 아기에게 털모자를 씌워주고 있다.사진=뉴스1


"자녀 수 줄었는데 육아 더 바빠" 출산율 낮추는 '좋은 부모 강박'
출처=일본 사회생활기본조사, 니혼게이자이신문

"자녀 수 줄었는데 육아 더 바빠" 출산율 낮추는 '좋은 부모 강박'
출처=2020년도 저출산 사회에 관한 국제 인식 조사, 니혼게이자이신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에서 육아 시간이 25년 전보다 여성은 1.4배, 남성은 3.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확대된 영향이 있지만 여성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어 전체 육아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전세계적인 것으로 한 아이를 정성껏 키워야 한다는 '좋은 부모 압박'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일본 총무성의 사회생활기본조사 결과 막내가 6세 미만인 부부의 하루 평균 육아 시간이 남녀 모두 증가했다.

여성은 1996년 2시간43분에서 2021년 3시간54분으로 1.4배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은 18분에서 1시간5분으로 3.6배 증가했다.

육아 시간은 영유아 돌봄, 등하원·등하교, 아이의 공부나 놀이 상대를 해주는 시간 등을 의미한다.

2006년 조사부터 아내가 맞벌이인지 전업주부인지 구분해 집계한 결과 맞벌이 아내든 전업주부든 육아 시간은 증가 추세다. 남성 역시 아내의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육아 시간이 늘었다.

리크루트웍스연구소는 이에 대해 "한 아이에게 쓰는 시간이 늘고 있다.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가구 전체의 노동 시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가사와 여가 시간이 줄었다. 3세대 동거 감소로 조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흐름은 전세계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017년 '현대의 부모는 50년 전보다 아이에게 두 배의 시간을 쓰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캐나다,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육아 시간이 증가하는 데이터를 소개했다.

가정 내 자녀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육아 시간은 늘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닛케이는 "한 아이를 정성껏 키워야 한다는 이른바 '좋은 부모 압박'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024년 공중보건국장이 '압박에 노출된 부모들'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미국 부모들의 노동 시간과 육아 시간 증가를 언급하며 "많은 부모들이 시간 집약적인 육아와 점점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는 고민으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네슬레가 지난 2021년 세계 1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모에 대한 압박'이 육아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압박을 키우는 요인으로는 '과도한 경쟁', '부모의 고립', '소셜미디어' 등이 꼽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2024년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출산율 저하와 관련해 "좋은 부모여야 한다는 요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스즈키 가요 아이치학원대 교수(사회학)는 "젊은 세대에서는 '자기 부모처럼은 아이에게 해줄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도한 육아는 아이의 장래에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