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통제’ 효과 있다는 방증
화웨이 로드맵에도 격차 커질듯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중국 화웨이의 AI 칩 성능이 미국에 비해 약 5배 뒤처져 있으며, 2027년에는 그 격차가 17배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는 중국 AI가 미국에 뒤처진 이유는 AI를 구동할 '엔진(칩)'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가 제시한 로드맵을 보더라도 기술 진전이 정체돼 있고 생산 능력에도 한계가 있어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CFR에 따르면, AI 분야에서 미국의 강점은 컴퓨팅 파워(연산 능력)인데 핵심은 AI 칩이라는 것이다. 화웨이용 고성능 AI 칩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SMIC는 미국과 동맹국의 장비 수출 통제로 7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다. 반면 TSMC와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진입했다. 화웨이가 성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대량 생산으로 승부를 보려는 전략 역시 여의치 않다. 화웨이가 2027년까지 AI 칩 생산량을 100배 늘린다고 해도 엔비디아 생산량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데이터와 인재(연구자), 알고리즘에서 미국을 앞서거나 비슷한 중국은 칩때문에 연산능력에서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고성능 AI 칩 제공을 통해 중국의 기술 발전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H200은 과거 중국 판매가 허용됐던 H20보다 성능이 약 6배 높지만 최신 칩 블랙웰보다는 성능이 낮다.
트럼프 정부의 AI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삭스는 "칩의 광범위한 판매를 허용하면 중국 AI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에 '중독'돼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고, 화웨이와 같은 경쟁사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수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수출 허용의 배경이다. AI 칩을 필요로 하는 중국 기관들이 다양한 불법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이 '통제된 공급자'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관심사는 기술 자립에 맞춰져 있다.
하버드대 양젠리 연구원은 "중국의 전략은 정밀한 수입 통제, 시간 벌기, 자립, 완전한 기술 주권 확보, 그리고 미국을 앞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달 정부 공식 조달 목록에 중국산 AI 칩을 포함시키는 행정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신규 AI 데이터센터에 자국산 AI 칩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침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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