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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변곡점마다 인재가 있다… 순혈주의 깬 정의선 인사실험 [현대차 위기대응 DNA (중)]

현대차 상무급 이상 10명 외국인
혁신 밀어붙이는 추진력 뛰어나
하러 사장 전동화 모델 완성 주도
문제 해결 앞장서는 리더십 강조
'순혈 파괴 기폭제' 슈라이어 총괄
기아 디자인·브랜드 성격까지 바꿔

성장 변곡점마다 인재가 있다… 순혈주의 깬 정의선 인사실험 [현대차 위기대응 DNA (중)]
성장 변곡점마다 인재가 있다… 순혈주의 깬 정의선 인사실험 [현대차 위기대응 DNA (중)]
"제 리더십 철학은 간단합니다. 문제가 있을 때는 제가 앞에 서고, 성공을 축하할 때는 뒤에서 팀을 받쳐줍니다."

지난해 11월 말. 당시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은 프랑스 현지에서 제네시스 GV60 마그마를 개발한 기술진들을 소개한 자리에서 팀 리더로서 이같이 말했다. 이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하러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본부장을 맡아 현대차그룹의 R&D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24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R&D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으로서 차량의 기본 성능 향상을 주도한 하러 사장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현대차에 새로운 전동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하러 사장 외에 현대차그룹으로 영입된 많은 글로벌 기술 리더들이 중요한 변곡점 마다 현대차 프리미엄을 쌓아올리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는 분석이다.

■기술인재들이 만든 현대차 프리미엄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현대차의 상무급 이상 임원 중 10명의 외국인 임원이 포진해있다.

하러 사장은 현대차그룹 합류 이후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N 시리즈를 비롯해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카이엔 개발책임을 맡은데 이어 폭스바겐그룹 플랫폼 개발 총괄을 지낸 하러 사장은 현대차의 프리미엄 고성능 차량 개발을 주도해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하러 사장 외에도 피터 슈라이어 전 디자인총괄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전 연구개발총괄 사장, 루크 동커볼케 최고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사장, 브라이언 라토프 현대차·기아 글로벌 최고안전 및 품질책임자(GCSQO) 사장,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 등이 현대차그룹의 주요 국면마다 변화를 이끌어 냈다.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영입인사는 피터 슈라이어 였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거쳐 2006년 기아 디자인 총괄로 영입된 그는 2013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사장 자리에 올랐다.

정의선 회장이 당시 수석부회장으로서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슈라이어에 힘을 실어줬고, 현대차·기아의 디자인은 그룹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기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슈라이어 총괄 아래 나온 기아의 디자인은 브랜드의 성격을 바꿨다"면서 "슈라이어 영입으로 일어난 효과는 현대차그룹의 순혈주의를 깨는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브라이언 라토프는 품질 리스크 관리로 브랜드 신뢰도를 이끄는데 보이지 않는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 출신으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은 GM의 내부 안전 체계를 재편한 글로벌 차량 안전 전문가로, 현대차의 브랜드 신뢰도에도 기여한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술 중심 사고를 가진 외부 인재는 혁신 사업을 밀어붙이는 '추진 DNA'를 갖춘 인력"이라며 "이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할 경우 경제적 파급력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순혈주의 깨면서 조직에 새 바람

도요타는 배타적인 조직문화가 강하고,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로 상징되는 수직적 군대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활발한 기술인재 영입은 조직에 새 바람을 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으로 모든 분야가 융합되는 시기에는 내부만으로 변화를 일으키기 어려운 만큼,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인재 융합 전략은 경쟁력 강화의 촉매제가 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기술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에 외부 융합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은 시의적절하다"면서 "경직된 기존 R&D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면, 아틀라스·모셔널 등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외부 인재 수혈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