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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판 전전하던 그 남편, 사고 쳤습니다"... 37세 김상겸, 아내와 눈물의 영상통화 [2026 밀라노]

“훈련비 없어 공사판 전전”... 비인기 설움 딛고 일어선 37세 가장
“평창선 슬픔, 밀라노선 환희”... 아내가 공개한 ‘눈물의 영상통화’
“꼭 메달 선물할게”... 8년을 돌고 돌아 지킨 남편의 ‘약속’
혼자라면 못 왔을 4번째 올림픽... 가족의 사랑이 만든 ‘400호의 기적’

"막노동판 전전하던 그 남편, 사고 쳤습니다"... 37세 김상겸, 아내와 눈물의 영상통화 [2026 밀라노]
인터뷰에서 아내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김상범.JTBC 방송 캡쳐

[파이낸셜뉴스] "여보, 나 약속 지켰어..."

이탈리아 리비뇨의 시상대에서 내려온 '37세 맏형' 김상겸(하이원)이 핸드폰 화면을 붙잡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화면 속의 아내도 함께 울었다.

대한민국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이자,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두 번째 은메달. 그 화려한 영광 뒤에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견디기 위해 공사판을 전전해야 했던 한 가장의 피땀과, 그를 믿고 기다려준 아내의 눈물겨운 순애보가 있었다.

"막노동판 전전하던 그 남편, 사고 쳤습니다"... 37세 김상겸, 아내와 눈물의 영상통화 [2026 밀라노]
스노보드 선수 김상겸(37·하이원)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아내와의 통화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뉴스1

9일, 김상겸의 은메달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의 아내가 올린 SNS 게시물이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아내는 김상겸과 메달을 목에 걸고 영상 통화하는 캡처 사진과 함께 가슴 먹먹한 사연을 공개했다. 그녀는 "결혼을 결심했던 2018 평창 올림픽 때, 16강에서 떨어진 남편과 영상통화 너머로 아쉬움의 눈물을 나눴다"며 "그때 '아, 우리는 평생 슬픔도 함께할 동반자구나'라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비인기 종목인 스노보드 알파인.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생계를 위해 막노동(건설 현장 일용직)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운동을 이어가야 했던 남편이었다. 서른이 넘어서야 겨우 실업팀에 들어갔을 정도로 그의 선수 인생은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아내는 "2022 베이징 올림픽 때도 빈손으로 돌아오며 나에게 메달을 걸어주지 못해 슬퍼하던 남편의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다"고 했다.

그때 김상겸은 아내에게 맹세했다. "여보, 내가 다음엔 꼭 메달 따서 당신 목에 걸어줄게. 좋은 기억 선물해 줄게."

그 약속 하나를 지키기 위해 김상겸은 37세의 나이에 4번째 올림픽에 도전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세계 1위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경기 직후 아내와의 영상 통화에서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막노동판 전전하던 그 남편, 사고 쳤습니다"... 37세 김상겸, 아내와 눈물의 영상통화 [2026 밀라노]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김상겸(하이원)이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강원도체육회가 9일 강원체육회관에 축하 현수막을 걸었다.뉴스1

"막노동판 전전하던 그 남편, 사고 쳤습니다"... 37세 김상겸, 아내와 눈물의 영상통화 [2026 밀라노]
김상겸의 포효.연합뉴스

김상겸의 은메달이 더욱 값진 이유는 그가 걸어온 길 때문이다. 훈련비가 없어 공사판에서 벽돌을 나르면서도 보드를 놓지 않았던 청년.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가장.

아내는 "혼자였다면 절대 오지 못했을 네 번째 올림픽이다.
오빠를 아껴주시고 믿어주신 많은 분의 마음이 모여 드디어 값진 보답을 하게 됐다"며 감격해했다.

리비뇨의 설원 위에서 김상겸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었다.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달린 우리 시대 모든 가장들에게 바치는 위대한 '희망가'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