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이란 공습에 중동질서 요동
고도의 핀셋타격 가능한 기동 전력 활용
전면전 피하고 지도부 등 핵심권력 응징
"체제 자정 작용 촉발" 정치적 의도 반영
이란 자유국가 복귀땐 美에너지 패권 장악
中 경제·군사적 팽창 한계에 직면할수도
대만·남중국해 등 도발 감행 가능성 커져
美·日 B-52 동원 공중 훈련 펼치며 경고
'안보 위기' 지경학적 선택 기로의 한반도
北中 도발 대비 군사협력 비가역적 강화
연합훈련 불참 등 美에 불신 지펴선 안돼
한미일 동맹 내에서 명확한 입장 가져야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단행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질서가 결정적 개편 국면을 맞았다. 이번 타격은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예고해 온 '에너지 패권 재편'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 고문은 이번 작전의 성격에 대해 "과거 이라크 침공 당시와 같은 대규모 지상 점령군 투입이 아닌, 고도의 정밀 타격에 최적화된 기동 전력을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공습은 '핀셋 타격'의 교과서임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이 전면전의 늪을 피하면서도 이란의 핵 잠재력과 지도부.혁명수비대(IRGC)의 핵심 거점을 정밀 타격해 체제 자정 작용을 촉발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실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핀셋 타격' 시나리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처럼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고 '정밀 타격'에 집중하는 근거로 이란 내부의 자발적 체제 변화 움직임을 꼽는다. 전쟁수행연구소(ISW)는 지난달 초 리포트를 통해 "이란 내 학생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과거와 달리 조직화되고 있으며, 체제의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국가에 무리하게 개입해 '국가 건설' 비용을 치르지 않겠다는 실용주의적 노선을 택했다. 즉, 미국의 군사 행동은 이란 내부의 자정 작용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과거 베트남전이나 걸프전 당시 현지 내부의 자발적 의지가 부족했던 상황과는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의 21세기 핵심 전력 노스롭 그루먼 B-21 레이더(Raider)는 미국 공군의 차세대 6세대 스텔스 전략 폭격기로, B-1B 랜서 및 B-2A 스피릿을 대체해 장거리 정밀 타격 및 핵 억제 임무를 수행한다. 곤충 크기에 불과한 레이더 반사 면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B-21이 고공 침투하는 그래픽 이미지. 케티이미지
에너지 패권 완성의 포석
미국의 이란 전략은 중동 질서 재편에 그치지 않는다. 이란이 과거의 친미 자유 국가로 복귀할 경우,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통제권을 확보한 데 이어 세계 3~4위권의 이란 석유 매장량까지 영향권에 두게 된다. 미국 대외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핵심 싱크탱크인 아틀란틱 카운슬은 올해 신년 보고서에서 이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대전환'으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결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망까지 서방의 관리 체계 아래 놓이게 된다면 화석 연료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중국은 전략적 질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재래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도미노' 전략을 완성함으로써, 군사적 충돌 없이도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확장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21세기판 '석유 금수 조치'에 버금가는 강력한 비군사적 억제 수단으로, 중국의 '굴기'를 제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로 평가받는다. 페르시아 제국의 전통을 지닌 이란이 정상 국가로 복귀하는 것은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확산과 더불어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완성하는 정점이 될 전망이다.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군 함정들이 지난 2023년 9월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이 항해하고 있다. 해군 제공
위기 국면 중국의 도발 가능성
에너지 공급망이 위협받는 국면에서 중국이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신안보센터(CNAS)는 "자신들이 불리해지는 국면에서 권위주의·독재 체제는 대내외적 위기 타개를 위해 무력 도발을 감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만 침공이나 남중국해에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위기론과 군부 실세 간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를 덮기 위한 중국의 반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서방의 움직임도 긴박하다. 지난달 16일과 18일 양일간 미국과 일본은 동해와 동중국해 상공에서 B-52 4대를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 공중 훈련을 전개했다. 이어 18일과 19일에는 이들 전력이 서해로 진입, 주한미군 단독 훈련과 연계해 압도적인 전략적 억제력을 과시했다.
미국 해군연구소(USNI) 뉴스와 랜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예상되는 중국의 도발 시나리오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사전 차단' 전략의 핵심이다. 특히 미·일이 한국을 제외하고 훈련을 진행한 것은 중국에 "우리는 언제든 독자적으로 중국의 팽창·도발을 응징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해군 제1항모강습단 항공모함 칼빈슨함(CVN)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3년 11월 21일 부산작전기지에 정박해 있다. 해군 제공
'전략적 모호성' 對 '한미일 공조 강화'
미국의 대이란·대중 에너지 포위망이 촘촘해지는 가운데, 한반도는 또다시 지경학적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19세기 말 구한말의 위기에 비견하기도 한다. 현재의 한국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실질적 힘은 커졌지만, 당시 명확한 전략적 포지셔닝의 부재가 비극으로 이어졌듯 현대 안보 전문가들 역시 '전략적 모호성'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한국이 동북아 안보의 '약한 고리'로 고착 인식되는 것이다. 미국 내 보수파의 시각을 대변하는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스스로를 지킬 의지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전략적 방향성을 달리하는 파트너에게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핵심 자산을 공유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놓았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동맹 내 선명성'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는 파트너는 위기 시 보호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차기 행정부의 동맹 재편 가이드라인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지난 2023년 10월 17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공군 제공
한미일 전략적 결속…'생존 열쇠'
최근 미·일 연합 공중 훈련에서 한국의 참여가 저조했던 사례는 미국 조야에 '전략적 불신'의 불씨를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동맹의 핵심 가치에서 이탈할 경우, 이는 한반도 안보 공백을 초래하고 동북아의 '전장화'를 막을 수 있는 억제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한반도의 번영을 지속하고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유일하고도 현실적인 해법은 한미일 군사 협력의 비가역적 강화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정권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운명 공동체'적 결속을 의미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는 "한국이 한미일 3각 공조 내에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할 때 비로소 중국과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렛대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를 관통하는 국가안보전략(NSS)과 이를 구체화한 미 국방부(전쟁부)의 국가방위전략(NDS)의 핵심은 서반구 중심주의(먼로주의 회귀)와 중국 억제 집중임과 동시에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제한적 지원'(핵 우산 등 전략 자산)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안보가 직결된 대전략의 격랑 속에서 한국이 생존을 넘어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한미일 공조의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연대를 공고히 해 안보 불확실성을 지우고, 거대한 전략적 변화의 파고를 넘어서는 능동적 결단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지난 2023년 10월 17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와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한미 공군의 연합작전 수행능력과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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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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