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라크 "형제국"이라며 호르무즈 통과 허용한다고 밝혀
통과 대상이 이라크 석유 수송선인지, 이라크 선적인지 불분명
생필품 등 인도주의적 화물 실은 배도 해협 통과 허가
개전 이후 이웃 중동 때렸던 이란, 화해 분위기 만들 수도
선박 국적 및 화물에 따라 선별적으로 해협 통행 허가
3~4일 사이 프랑스 선박 1척, 일본 선박 2척 통과
1일 인도 뭄바이 항구에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정박해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 달 넘게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이란이 프랑스와 일본 선박에 이어 이라크 선박의 해협 통과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란 당국은 생필품을 실은 선박은 해협을 지날 수 있다고 알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군 통합 지휘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을 통해 이라크를 “형제국”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라크는 우리가 호르무즈해협에 부과한 어떤 제약에서도 제외된다. 이들 제약은 적국에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페르시아만 안쪽에 자리 잡은 이라크는 이란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인도양을 연결하는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자 석유 수출이 어려워졌다. 이라크는 현재 송유관을 이용해 동지중해에 접한 튀르키예 제이한 항구로 석유를 소량 옮겨 수출하고 있다. 이라크의 지난달 석유 수출량은 일평균 9만9000배럴로 2월에 비해 약 97%가 줄었다.
같은 날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통신은 이란 농업장관이 이란 해운항만기구에 보낸 서한을 입수해 인도주의적 물품을 싣고 이란으로 향하거나, 오만만에 대기 중인 선박은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자로 발송된 해당 서한에는 "강력한 이란 정부와 승리하는 이란 군의 합의와 발표에 따라 인도적 물품, 특히 생필품, 사료 등을 실은 배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적혔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세계 해양 석유 운송량의 약 25%이 지나던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한편 페르시아만 인근 중동 산유국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란은 개전 초기 중동의 미국 자산을 공격한다고 밝혔으나 점차 공습 대상을 중동 이웃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 등으로 확대했다. 이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일부 국가들은 이란을 향한 본격적인 군사 행동까지 검토 중이다.
이란의 4일 발표는 중동 여론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하탐 알안비야는 이날 발표를 이례적으로 페르시아어가 아닌 중동 국가들이 쓰는 아랍어로 전달했다. 지난달 국제해사기구(IMO)의 알리 무사비 이란 대표는 "호르무즈해협은 적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하고 모든 선박에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란이 허가한 이라크 선박이 이라크산 석유를 운송하는 선박인지, 아니면 이라크 선적 유조선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이란 당국이 해협 바깥쪽인 오만만을 언급했으나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의 선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르시아만에는 한국 선박 26척을 비롯하여 약 3200척의 선박이 해협을 넘지 못해 대기 중이다.
한편 세계 3위 해운업체인 프랑스 CMA CGM 소속 컨테이너선 ‘크리비’호는 3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이란전쟁 이후 프랑스 선박으로 최초일 뿐만 아니라 서유럽 선박 최초이기도 하다. 같은날에는 일본 해운사 상선미쓰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이란전쟁 이후 일본배로는 처음으로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을 탈출했다. 4일에는 상선미쓰이 소속 유조선 1척이 추가로 해협을 나왔다.
현재 프랑스와 일본 모두 지난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4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이번 LNG 운반선 통과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3일 크리비호 해협 통과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움 카스르 항구에서 노동자들이 화물선에서 쌀을 하역하고 있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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