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덜 나쁘다'는 친환경이 아니다...재생에너지의 맹점[이유범의 에코&에너지]

탄소는 줄지만 광물 채굴·토지 훼손·폐기물은 증가
기후위기 대응·에너지 안보·지역경제… 확대 논의 때마다 빠지는 환경 비용
이재명 정부 100GW 계획, 설치 목표는 있고 환경 정책은 없다

'덜 나쁘다'는 친환경이 아니다...재생에너지의 맹점[이유범의 에코&에너지]
전남 고흥군 고흥호 수상 태양광.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보다 탄소를 덜 배출한다. 이같은 장점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 각 국이 재생에너지를 늘려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 역시 최근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확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장점과는 별개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는 광물 채굴, 토지 훼손, 폐기물, 생태계 피해 측면에서 '친환경'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설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한 대책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덜 나쁘다'는 친환경이 아니다...재생에너지의 맹점[이유범의 에코&에너지]
전북 부안에 설치된 해상풍력.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설치 증가는 진행형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전력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32%로, 2010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태양광과 풍력을 합산하면 처음으로 수력 발전량을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이 비중이 4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의 풍력·태양광 비중은 약 6%로, 세계 평균 풍력·태양광 합산 비중(약 1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한국은 1차 에너지의 8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그중 93%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연간 에너지 수입액은 약 240조 원이다. 2026년 4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이 구조적 취약성이 재부각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조기 달성을 공식화했다.

현재 34GW에서 100GW로 늘리려면 2030년까지 연간 약 11GW씩 신규 설비를 추가해야 한다. 태양광이 확대의 중심축이며 해상풍력이 보완한다. 새만금, 전남 해상 등지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배분하는 '햇빛·바람연금'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 목표를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자립,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가지 근거로 정당화하고 있다. 국내 환경단체도 재생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명시하며 100%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덜 나쁘다'는 친환경이 아니다...재생에너지의 맹점[이유범의 에코&에너지]
제미나이.

재생에너지가 남기는 환경비용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으로 불리는 근거는 단순하다. 운전 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데다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도 현저히 적다는 점 떄문이다.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발전량 1킬로와트시당 이산화탄소 환산 그램, gCO₂eq/kWh)을 기준으로 태양광은 48, 석탄은 820으로 17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환경 영향은 탄소 배출 하나로 측정되지 않는다. 생태계 훼손, 토지 점유, 수질 오염, 생물다양성 감소, 유해물질, 광물 채굴, 폐기물 등의 항목들도 환경 영향의 범주다. 비교 기준을 탄소 하나로 좁히면 나머지 항목은 평가에서 제외된다. 석탄보다 낫다는 사실이 이 항목들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패널 제조에는 인듐, 텔루륨, 은 등 희소금속이 필요하다. 태양광 산업이 연간 소비하는 은은 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넘어섰다. 패널 제조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은 석탄 발전 비중이 높아 석탄 전력으로 패널을 생산하는 구조다. 패널 수명은 25~30년으로, 2030년대 후반부터 폐기 시점이 도래한다.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IRENA)는 2050년까지 누적 폐패널이 최대 78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패널은 유리, 납, 카드뮴이 결합된 복합 소재로 현재 기술로는 경제성 있는 재활용이 어렵다. 한국은 국토의 70% 이상이 경사지·보전지역으로 대규모 단지는 산지와 농지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연간 11GW씩 설비를 추가하면 부지 확보 과정의 생태 훼손도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풍력 터빈 블레이드는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GFRP)으로 경제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수명이 다한 블레이드는 매립하거나 소각하며, 2050년까지 매립이 필요한 소재는 수백만 톤으로 추정된다. 회전 블레이드는 조류와 박쥐에 피해를 주며 미국 기준 연간 조류 폐사 추정치는 14만~50만 마리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코발트와 리튬을 대량으로 필요로 한다.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약 70%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오며 아동 노동과 폐수 오염이 지속 보고된다. 남미 리튬 삼각지대에서는 리튬 추출 과정에서 건조 지역의 수자원이 대규모로 소비된다. ESS의 열폭주로 인한 화재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2018~2019년 ESS 화재가 28건 발생했다.

'덜 나쁘다'는 친환경이 아니다...재생에너지의 맹점[이유범의 에코&에너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목표 수치만 있고 환경 정책 빠진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에는 100GW 설치 목표와 연간 11GW 신규 설비 계획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확대가 수반하는 환경 비용에 대한 항목별 평가는 계획에 없다. 산지·농지 훼손 면적, 폐패널 처리 규정, ESS 공급망의 인권·환경 기준이 빠져 있다. 설치 목표가 에너지 정책 결정이라면, 그 과정에서 어떤 생태 훼손이 어느 규모로 발생하는지는 환경 정책 결정이다. 현재 계획에는 전자만 있고 후자가 없다.

목표 수치만 제시하고 비용 평가를 생략하면 설치 속도와 생태 영향 사이의 상충 관계가 정책 논의에서 빠진다. 재생에너지라는 분류가 환경 영향 평가를 대신하는 구조가 된다. 결국 '덜 나쁘다'는 판단이 '문제없다'는 결론으로 처리된다. 이 구조에서는 100GW 계획이 탄소를 얼마나 줄이는지는 계산되지만, 그 과정에서 산지 몇 헥타르가 훼손되고 2050년대에 폐패널이 몇 톤 발생하는지에 대한 계산이 빠지는 것이다.

해상풍력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인한 입지 허가 절차 단축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도 서남해안 해상풍력 프로젝트 다수가 어민 피해·해양 생태 영향 평가 문제로 허가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다. 이 지연은 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허가가 나지 않는 것은 생태 피해가 실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패스트트랙은 이 신호를 차단하고 피해 발생을 앞당길 것으로 우려된다.

입지 허가가 빠르게 통과된다고 해서 생태 피해가 줄지는 않는다. 2030년 목표를 위해 지금 허가를 빠르게 내주면, 생태 피해는 2030년 이후에도 남는다. 설치는 수년 안에 완료되지만, 그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나타난다.

이재명 정부가 연간 11GW씩 태양광을 설치하면, 25~30년 후인 2055~2060년에는 그 설비들이 일시에 폐기 시점을 맞는다. 현재 한국에는 폐패널 처리를 규율하는 독립적인 법령이 없다. 설치 규모가 빠르게 늘어날수록 미래의 폐기물 부담도 같은 속도로 누적된다. 지금 설치 결정이 30년 후의 환경 문제를 예약하는 구조다.

폐배터리 문제도 같은 구조다. ESS 확대 계획에는 배터리 설치 목표가 있지만, 수명이 다한 배터리의 처리 기준과 공급망 환경 요건은 계획 문서에 없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은 통상 10~15년이다. 지금 설치되는 배터리는 2035~2040년에 폐기 시점을 맞는다. 그때를 대비한 규정이 지금 없다면, 그 비용은 다음 정부로 이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후·환경과 에너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입니다. 에너지의 생산 방식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거나, 반대로 기후나 환경의 변화가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줍니다.
[이유범의 에코&에너지]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기후·환경 및 에너지 이슈를 들고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취재 일정 상 1주일 쉬고 4월 25일자에 찾아뵙겠습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