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은행 대출 2천억 줄었지만
상호금융·보험사·카드사 등 이동
신용대출·마통도 비은행서 급증
'부채의 질' 악화… 총량관리 한계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가계빚이 은행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대출 취급이 제한되면서 그 수요가 상호금융, 보험사, 카드사 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들 대출이 은행권보다 금리가 높거나 만기가 짧아 차주의 상환 부담을 더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실제 차주들은 더 '비싼' 빚으로 밀려나며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줄고, 비은행 늘어
31일 한국은행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100억원으로 직전 분기(1979조880억원) 대비 약 14조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 잔액과 카드사용금액 등 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 가계부채를 의미한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793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조8893억원 증가했고, 판매신용은 127조317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조1322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비은행권이 주도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1009조6069억원으로 직전 분기 1009조8470억원 대비 2401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1·4분기부터 12개 분기 증가세를 이어오다 대출규제 영향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이 포함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325조원으로 직전 분기 317조원 대비 8조원가량 늘었다. 보험회사, 여신전문기관 등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에서도 가계대출이 약 5조원 증가했다.
특히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에서 비은행권으로의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1·4분기 전체 기타대출은 687조162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8372억원 증가했다.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은 3개월 새 5774억원 감소하는 동안 기타금융기관의 기타대출은 7조9000억원가량 늘었다. 은행권에서 막힌 자금 수요가 카드사·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으로 옮겨간 셈이다.
■빚은 그대로, 고금리로 몰려
은행권에서도 가계부채 관리를 총량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더라도 가계의 자금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면서 차주의 금리 부담과 연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점만으로 가계부채 관리가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차주들이 2금융권이나 기타금융기관으로 이동했다면 전체 가계부채 리스크는 다른 형태로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이용하게 되면서 향후 취약차주의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같은 규모의 가계부채라도 차주가 부담하는 금리와 상환 구조가 악화돼 부채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장기·분할상환 구조 비중이 높은 반면 비은행권 대출은 만기가 짧은 고금리 상품 비중이 높다. 경기둔화나 소득 감소 등이 겹치면 취약차주 중심으로 건전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가계대출 규제만으로 차주의 자금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구매 수요가 가계대출 규제로 단기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차주가 2금융권이나 보험사, 캐피털, 카드론 등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고금리 대출 비중이 커지면 연체율 상승은 물론 서민경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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