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초연금·주택연금·건보료....올해 바뀌는 노후 제도]
은퇴를 앞뒀다면 노후 관련 제도들만 잘 챙겨도 현금흐름이 달라진다. '일하면 깎인다'는 국민연금의 소득기준선이 올라갔다. 월소득이 519만원 이하라면 노령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대신 건강보험료율은 7.19%로 지난해보다 0.1%p 올라 부담이 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윤태식 씨(64·가명)는 지난해 봄 만 63세가 되면서 국민연금(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월 110만 원 남짓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생활비가 빠듯해 중소기업 총무팀에 재취업했다. 세전 월급은 380만 원 안팎. 윤 씨에게는 오피스텔 한 칸에서 나오는 월 80만 원의 임대수입도 있었다.
처음에는 '월급이 400만 원 안쪽이니 연금은 안 깎이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계산은 달랐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 총액이 아니라, 근로소득공제를 뺀 '근로소득금액'에 임대소득(사업소득)을 더한 '월평균소득금액'이 당시 기준선을 넘겨버린 것이다. 결국 윤 씨의 국민연금에서 매달 몇만 원씩 감액되기 시작했고, 그는 억울한 마음에 일거리를 줄였다.
이랬던 윤 씨가 올해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이유가 생겼다. 제도가 대폭 바뀌었기 때문이다.
519만3511원 — 국민연금 감액의 새 경계선
지난달 17일부터 일하는 은퇴자의 노령연금 감액 기준선이 대폭 상향됐다.
종전에는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 소득월액인 'A값(올해 319만 3511원)'을 넘으면 연금이 깎였다. 월 320만원만 벌어도 연금이 줄어드는 구조 탓에, 지난 2024년에만 13만7000명이 총 2429억원의 연금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개정 후에는 올해 기준 월평균소득금액이 519만3511원 미만이면 노령연금은 감액되지 않는다. A값에 200만원을 더한 금액 이상일 때부터 감액이 적용되는 구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5월 누계 기준 이미 감액이 중단된 수급자는 약 9만명이다. 이들이 추가로 받은 연금은 195억원이다. 2025년 소득분 환급 대상자는 약 10만명, 환급 규모는 약 445억원이다. 1인당 평균으로는 약 60만원이다.
월 300만~400만원대 재취업을 생각하는 은퇴자라면 '일하면 연금이 깎인다'는 부담을 예전만큼 크게 가질 필요는 줄었다.
다만 기준은 월급 총액이 아니다. 근로소득공제 후 근로소득금액과 사업소득을 합친 월평균소득금액이다. 월세를 받는 은퇴자라면 본인의 임대소득이 과세상 어떻게 잡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247만원 — 기초연금 문턱은 넓어졌다
올해
기초연금 단독가구 선정기준액은 월 247만원이다. 부부가구는 월 395만2000원이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의 소득인정액이 이 기준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단독가구 기준 228만원보다 19만원 올랐다.
기초연금은 예비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는 제도다. '집 한 채 있으니 안 되겠지', '퇴직 후에도 일하니까 탈락하겠지'라며 문도 두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기초연금은 통장의 월급이나 연금 액수만 보고 자르지 않는다. 근로소득, 공적연금, 일반재산, 금융재산, 부채 등을 소득으로 환산해 소득인정액을 계산한다.
특히 일하는 고령층에게는 근로소득 공제가 있다.
2026년 근로소득 기본공제액은 월 116만원이다. 재취업해 월 200만원을 벌어도 기초연금 계산상 근로소득 반영액은 58만8000원이다. 계산은 200만원에서 116만원을 뺀 뒤 남은 84만원의 70%만 반영하는 방식이다. '일하면 무조건 탈락'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은퇴 전 다시 확인할 다섯 가지 /그래픽=정기현 기자
다만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사람은 따로 봐야 한다.
올해 단독가구 최대 기초연금액은 월 34만9700원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 금액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급여액이 52만4550원을 넘고, 소득재분배급여금액인 A급여액도 26만2270원을 넘으면 국민연금 연계감액이 적용될 수 있다.
핵심은 기초연금은 가만히 있으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 65세 생일이 속한 달의 한 달 전부터 행정복지센터, 국민연금공단 지사, 복지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올해 선정기준액이 오른 만큼 지난해에는 안 됐던 사람도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133만8000원 — 집을 팔지 않고 만드는 현금흐름
집을 가진 은퇴자라면 주택연금 변화도 봐야 한다.
만 72세 은퇴자가 시가 4억원짜리 주택으로 올해 3월 1일 이후 주택연금에 새로 가입할 경우 매달 받는 월지급금은 133만8000원이다. 지난해 같은 조건의 129만7000원보다 월 4만1000원 늘었다. 전체 가입 기간으로 환산하면 약 849만원을 더 받는 효과다.
주택연금은 집을 팔아 이사하지 않고도 노후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제도다.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 매달 연금을 받는다. 부부가 모두 사망한 뒤 집을 처분해 그동안 받은 연금액과 정산한다. 연금 수령 총액이 집값을 넘더라도 자녀에게 추가 청구하지 않는다. 집값이 남으면 상속된다.
올해는 가입 부담도 낮아졌다. 가입 시 내야 하는
초기보증료율이 주택가격의 1.5%에서 1.0%로 내려갔다. 4억원 주택 기준으로 초기보증료가 6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초기보증료 환급 가능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다만 연보증료율은 대출잔액의 0.75%에서 0.95%로 올랐다. 초기 부담은 줄었지만 장기 비용 구조는 달라진 만큼 실제 수령액과 비용은 개별 상담으로 확인해야 한다.
6월 1일부터는 실거주 예외도 확대됐다. 질병 치료, 자녀 봉양, 노인주거복지시설 입주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담보주택에 계속 살지 않더라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해졌다. 담보주택 전체를 임대하는 것도 일정 요건 아래 허용된다.
올해 주택연금 변화의 핵심은 단순히 더 많이 받는다는 데 있지 않다. 초기 부담을 낮추고, 요양시설 입소나 자녀 봉양 같은 현실적 변수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7.19% — 퇴직 뒤 먼저 마주하는 고정비
좋아진 제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7.19%다. 지난해 7.09%보다 0.1%p 올랐다.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동결 뒤 3년 만의 인상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퇴직 직후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면 회사가 내주던 절반의 방패가 사라진다. 소득뿐 아니라 공제 후 재산도 보험료 산정에 반영된다. 월급은 끊겼는데 고지서는 오히려 커졌다고 느끼는 이유다.
장기요양보험료율도 소득 대비 0.9448%로 정해졌다.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가 함께 빠져나가면 은퇴자에게는 매달 고정비 부담이 된다.
퇴직 전 반드시 따져봐야 할 제도가 임의계속가입이다. 새 제도는 아니지만 퇴직자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 장치다.
퇴직 전 직장가입자 자격을 일정 기간 유지했다면 지역가입자로 바뀐 뒤에도 최대 36개월 동안 이전 직장가입자 수준의 보험료를 낼 수 있다.
핵심은 신청 기한이다. 최초 지역보험료 고지서의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제도가 있어도 쓸 수 없다.
자녀의 직장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다만 연간 합산소득이 2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도 이 소득에 포함된다. 재산 기준도 함께 본다. 연금을 많이 받는 직장인 출신 은퇴자일수록 피부양자의 문은 생각보다 좁다.
건강보험료는 투자수익률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고정비다. 은퇴 전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예상 지역보험료와 임의계속가입 보험료를 비교해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작년 숫자로 올해 통장을 판단하면 손해
은퇴세대에게 중요한 숫자 /그래픽=정기현 기자
올해 바뀐 노후 관련 제도는 방향이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일하는 수급자에게 유리해졌다. 기초연금은 선정기준액이 올라 문턱이 넓어졌다. 주택연금은 초기 부담과 실거주 제약이 완화됐다. 반면 건강보험료율과 장기요양보험료율은 올랐다.
5060세대가 올해 제도 변화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자에게 중요한 것은 거창한 투자 비법보다 매달 들어오는 돈과 빠져나가는 돈이다.
올해 꼭 봐야 할 숫자는 네 개다. 국민연금 감액 기준 519만3511원, 기초연금 단독가구 선정기준액 247만원, 주택연금 4억원 주택 기준 월 133만8000원, 건강보험료율 7.19%이다.
제도는 매년 조금씩 바뀐다. 하지만 은퇴자에게 그 변화는 작지 않다. 기준선 몇십만원, 보험료율 0.1%p, 보증료율 0.5%p가 매달 통장 흐름을 바꾼다. 올해는 작년 기억으로 노후 통장을 계산하면 안 된다.
'은퇴=퇴장'이라는 낡은 공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평균수명 83세 시대, X세대가 본격적인 은퇴를 맞이하면서 기존의 은퇴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담은 [은퇴자 X의 설계]가 매주 토요일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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