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 파문이 이어지는 26일 오전 장미란(37)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경찰이 현장 보존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에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장미란(37)씨의 부검 결과 '목맴사(의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사망 장소의 특수성과 경찰의 늑장 대처로 인한 핵심 증거 소실 등으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제주경찰청이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장씨 시신에서는 머리뼈와 목뼈, 몸통 등 외력에 의한 특이 골절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목뿔뼈(설골) 일부에서 골절 흔적이 확인됐다.
국과수는 "설골은 얇은 뼈로 가운데가 분리된 상태였다"며 "시신의 고도 부패 및 부분 백골화로 외상이나 질식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법의학적으로 목맴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감정 소견을 냈다.
경찰은 발견 당시 귀금속 등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타살을 의심할 만한 외상이 없었다는 점, 자택에서 끈을 챙겨 나간 정황 등을 근거로 범죄 혐의점이 낮다고 보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카나리아야자수에 대해서도 현장 감식 과정에서 가지를 직접 당겨보는 등 강도 시험을 거친 결과 성인 신체를 지탱하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을 발견됐을 때 아자수 상단부 가지에 끈이 묶인 그대로 발견됐다"면서도 "그게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는 개인의 판단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나무 윗부분은 충분히 사람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고 판단됐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과 일각에서는 의문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유족 측은 장씨가 평소 해당 야자수 숲을 무서워해 혼자 갈 이유가 없다고 진술한 데다, 현장에서 유서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카나리아야자수는 억센 가시가 빽빽해 접근이 극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논란이 장기화된 배경에는 경찰의 초기 부실 수사가 자리 잡고 있다. 담당 경찰관의 사건 허위 종결로 본격 수색이 3개월 넘게 지연되면서, 시신 발견지 일대 공공 CCTV 118대의 실종 직후(5월 12~20일) 영상은 30일 보존 기한을 넘겨 6월 중순 모두 자동 삭제됐다.
경찰이 뒤늦게 CCTV 열람을 요청했을 때는 이미 동선 파악을 위한 객관적 증거가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장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마지막 행적과 구체적인 사망 동기를 규명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내 공공 CCTV 영상 보존 기한을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연장하고, AI 기반 관제 시스템 구축을 확대하기로 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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