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1일 수사결과 브리핑
A경장 업무부담·회피 동기 판단
298건 점검 추가 입건 사례 없어
63건 미등록·삭제 경위 계속 확인
정태운 제주경찰청 수사과장이 1일 오전 제주경찰청 기자실에서 실종신고를 허위 종결해 온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34) 검찰 송치에 따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실종신고 2건을 허위로 종결한 현직 경찰관이 사건을 계속 관리하고 다음 근무자에게 넘겨야 하는 부담을 피하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업무 부담과 책임 가중에 따른 피로, 회피적 대응과 업무태만이 허위종결의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제주경찰청은 1일 오전 제주경찰청에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34)의 실종신고 허위종결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범행 경위와 동기, 298건 전수점검 결과, 후속 조치 등을 공개했다.
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A경장에게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이날 오후 1시께 제주지검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A경장은 조사 과정에서 실종자가 일반 성인이라는 이유로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했고 사건을 미종결 상태로 두면 계속 챙겨야 할 업무와 다음 근무자에게 넘겨야 하는 부담이 생겨 허위로 종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범행동기도 분석했다. 그 결과 누적된 업무 부담과 책임 가중에 따른 피로 속에서 업무를 회피하려는 태도가 주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회피적 대처와 무책임한 업무 태도도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경찰은 봤다.
A경장은 지난 5월15일 오후 6시43분께 30대 여성 장모씨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실제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은 것처럼 알리고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실종사건 2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지난 8월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1일 오전 공식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A경장의 범행동기와 298건 전수점검 결과 등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신고자에게는 장씨의 신변에 이상이 없고 경찰관과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장씨를 '교통사고 사상자'로 처리해 관리 대상에서도 삭제했다.
장씨는 실종신고 104일 만인 지난 8월24일 제주시 한림읍 한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7월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비슷한 방식이 반복됐다. A경장은 해당 남성과 실제 통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소재 발견'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이 남성은 신고 51일 만인 지난 8월22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경장은 수사 초기 실종자들과 실제 통화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했다. 경찰이 개인·업무용 휴대전화와 실종자 휴대전화, 사무실 전화 등 연락수단을 분석해 통화 사실이 없다는 점을 제시한 뒤 실제 통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A경장이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에서 근무한 지난해 3월10일부터 지난 7월23일까지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에 대한 전수점검 결과도 공개됐다.
298건은 같은 기간 제주지역 성인 실종 종결사건의 약 28.4%에 해당한다. 다만 이 가운데에는 실종팀이 함께 사건을 처리한 뒤 A경장이 마지막 전산 종결 절차를 맡은 사례도 포함돼 있다.
정태운 제주경찰청 수사과장이 1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제주경찰청 1층 기자실에서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1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A경장이 실종팀 근무기간 처리한 298건의 전수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현재까지 기존 2건 외 추가로 형사입건할 수준의 허위종결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63건의 프로파일링 시스템 미등록·삭제 경위는 계속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298건 가운데 235건이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정상적으로 등록·해제됐고 63건은 시스템에 입력되지 않았거나 등록 이후 삭제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까지 기존 2건 외에 추가로 형사입건할 수준의 허위종결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63건에 대한 확인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경찰은 송치 이후에도 미등록·삭제 경위와 사건 처리의 적정성을 계속 들여다보고 새로운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과 협조해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담당 경찰관의 허위 기록이 내부 결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점은 별도 감찰 대상이다. 경찰은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지휘라인을 상대로 담당자의 보고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하고 사건 종결을 승인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A경장이 송치되면 수사의 중심은 제주지검으로 옮겨간다. 제주지검은 형사1부장을 주임검사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상태다.
경찰 수사기록을 토대로 허위종결 경위와 범행동기, 추가 사건 가능성과 관련자 책임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공식 브리핑은 A경장 개인의 범행동기뿐 아니라 298건 전수점검 결과와 경찰 내부통제 문제를 함께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추가 허위종결 사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63건의 미등록·삭제 경위와 지휘라인 감찰이 남아 있어 사건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후속 확인은 계속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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