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영 기자
서울을 찾은 관광객에게 남산은 빼놓기 어려운 곳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고, 서울의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남산 방문객은 1200만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1000만명 수준을 넘어섰다. 사실 서울의 매력은 화려한 빌딩과 고궁, 한강에만 있지 않다. 남산을 비롯해 인왕산과 북한산 등 크고 작은 산이 빌딩 숲과 맞닿아 있는 풍경은 서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세계적인 대도시 한복판에서 산을 바라보고, 대중교통을 타고 어렵지 않게 산자락에 닿을 수 있다는 점은 서울이 가진 경쟁력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런 서울의 매력을 세계에 다시 각인시켰다. 작품에는 북촌한옥마을과 낙산공원, 명동, 청담대교 등 서울의 익숙한 풍경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N서울타워와 남산은 작품의 주요 무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속 공간을 직접 확인하려는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남산은 전통적인 관광명소를 넘어 K콘텐츠를 통해 새롭게 발견되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런 가운데 떠오른 문제는 남산에 대한 접근성이다. 순환버스를 타도 남산 정상까지 갈 수 없다. 버스에서 내린 뒤 약 350m의 가파른 오르막을 다시 올라야 한다. 고령자와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가족에게 장벽일 수 밖에 없다.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이나 길이 얼어붙는 겨울이면 부담은 더 커진다.
1962년부터 운행한 남산 케이블카가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시간당 최대 수송능력은 640명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에는 긴 대기줄이 만들어진다. 명동역에서 케이블카 하부승강장까지 이동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명동역에서 승강장까지 도보와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하면 약 20분이 걸린다.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를 추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인승 캐빈 25대를 운영하면 시간당 최대 20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명동역 인근에서 남산 정상까지 약 8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객도 보다 편리하게 정상부까지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곤돌라 공사는 2년 가까이 멈춰 있다. 2024년 8월 우선시공분 착공에 들어갔지만 같은 달 도시관리계획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됐고, 그해 11월 집행정지 결정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사업기간 역시 공사 중단 장기화로 2029년 상반기까지 밀렸다.
물론 남산은 개발 편의만 앞세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 남은 귀중한 자연자산인 만큼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데 신중해야 한다. 생태 훼손 가능성을 따지고 법적 절차가 적절했는지도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소송을 통해 쟁점을 가리는 것 역시 당연한 과정이다.
서울시는 곤돌라 운영수익을 남산 생태환경 보전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식생과 생물서식공간을 복원하고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불필요한 샛길을 통합·폐쇄해 현재 25㎞인 샛길을 장기적으로 20.5㎞까지 줄인다는 구상이다. 남산을 이용해 발생한 수익을 다시 남산에 투자하는 구조다.
남산 곤돌라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산의 이동체계를 보완하고, 이동약자의 접근권을 넓히며, 수익을 남산의 생태 보전에 다시 투입하는 공공 인프라다. 사업 과정에서 확인된 법적·환경적 문제는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 생태 훼손을 최소화하고 운영수익을 남산 보전에 사용하겠다는 약속 역시 투명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런 전제가 충족된다면 곤돌라 사업을 계속 멈춰 세워둘 이유는 없다. '서울의 랜드마크를 어떻게 제대로 누리게 할 것이냐'로 논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멈춰선 곤돌라가 다시 움직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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